돌연사 의붓아들 잠든 뒤 입주행사 제안 올려
고씨 부부 거주 '동-호수 아이디'로 댓글 작성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 가족 중 누군가가 의붓아들(4) 사망 당일 아파트 커뮤니티에 아이들을 위한 입주 기념행사를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고씨의 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고씨 가족 중 한 명이 지난 3월2일 오전 0시5분 이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 입주 1주년 기념행사 공지 글에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글이 고씨가 직접 쓴 글인지, 고씨와 같은 집에 사는 현 남편 A(38)씨가 작성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는 실제 입주자들만 동-호수 아이디를 써서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고씨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댓글에서 "아파트에 영·유아, 초·중·고 자녀를 두신 분들이 많아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각종 놀이, 체육, 실현가능한 프로그램 참고하여)과 풍선아트, 페이스 페인팅, 특히 솜사탕(솜사탕을 직접 만들어주는 곳을 보기 힘들더라구요.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등등을 이벤트식으로 넣어서 입주자분들이 참여하는 즐거운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며 "바자회도 꼭 열렸으면 해요"라고 제안했다.
이 글이 게재되고 10시간 뒤인 3월2일 오전 10시께 고씨의 의붓아들 B(4)군은 작은방 침대에서 친아버지인 A씨와 잠을 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씨는 전날 밤 10시께 A씨와 함께 차를 마셨고, A씨는 책을 본 뒤 자정께 아들 옆에서 잠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잔 고씨는 경찰에서 "감기에 걸려 다른 방에서 잠을 잤는데, 남편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아이를 둘러업고 나와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B군은 지난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B군을 함께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고씨의 현 남편 A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군의 사인을 질식사로 추정했다. 외상이나 장기 손상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B군은 제주도에서부터 감기약을 복용해왔으나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13일 고씨를 B군에 대한 살인 혐의로 제주지검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 가족이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걸 아직 보지 못했다"며 "누가 작성한 글인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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