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만 5·18 전 유족회장 "신군부, 헬기사격 진실 고백을"

기사등록 2019/06/10 10:31:11

전두환 형사 재판 증인 출석 앞서 검시보고서 등 공개

목격담, 전일빌딩 탄흔 등 토대로 헬기사격 입증 강조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0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서 정수만(73) 전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실상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5·18 기록자, 걸어다니는 5·18백서'로 불리는 정 전 회장이 검시보고서와 1항공여단 상황일지를 보여주며 헬기사격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19.06.10.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정수만(73) 전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10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가해자들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5·18 기록자, 걸어다니는 5·18백서'로 불리는 정 전 회장은 이날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전두환씨 형사재판에 헬기 사격 증인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이 같이 밝혔다.

정 전 회장은 헬기사격 목격담, 각종 군 기록물, 전일빌딩에 남겨진 탄흔 등을 근거로 헬기사격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 5월21일 옛 전남도청 뒤편에서 헬기를 목격했고, '땅땅' 소리가 나서 도망갔다. 검시보고서에도 헬기 사격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되는 희생자가 있다"며 검시보고서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1980년 5월21일 오후 2시 광주 남동 광천주조장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홍인표(1980년 당시 19세)씨의 검시보고서에는 '좌측 전두골 함몰 복잡골절'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 전 회장은 "당시 남동 쪽에 계엄군이 없었는데 홍씨가 숨졌고, 사인 또한 총상이 아닌 타박사로 기록돼 있다. 모든 정황을 고려했을 때 총상이 분명하고, 검시보고서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 헬기 사격에 따른 사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 5월20일~27일 계엄사령부 황영시 부사령관과 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 김재명 등의 헬기 사격 명령 기록 ▲1980년 5월27일 1항공여단 상황일지에 '05:10(시간) 광주 완전 점령, 전과 폭도사살 2명'이라고 적힌 기록 ▲계엄사령부가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을 전투병과교육사령부에 전달한 기록 ▲전일빌딩 10층서 발견된 헬기 사격 탄흔(193개) 감정 결과 등도 헬기 사격 근거로 제시했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0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서 정수만(73) 전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실상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2019.06.10. sdhdream@newsis.com

그는 "헬기 사격 지침과 명령이 이뤄진 것은 군 기록과 수차례 정부기관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라며 "군은 절대 명령을 어기지 않는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이제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정 전 회장을 비롯해 39년 전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시민 6명이 증언대에 선다.

5·18 당시 남동생을 잃은 정 전 회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국회와 정부기록물보관소·육군본부·검찰·경찰·국군통합병원·기무사·해외 대학 등지를 다니며 30여만쪽 이상의 5·18 자료를 수집하는 등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전두환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3일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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