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논란에 노조 반발까지…현대중, 대우조선 인수 '산 넘어 산'(종합)

기사등록 2019/05/31 17:27:00

주총장 변경 끝에 현대중 불적분할 임시 주총서 통과

노조와 민주노총 즉각 반발…무효 소송에 총파업 태세

수주잔량 기준 세계 조선업 20% 차지..LNG·VLCC 절반 넘어

한국뿐 아니라 유럽·美 등 주요국 기업결합 심사 통과해야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물적 분할(법인분할) 안건이 노조의 반대를 뚫고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은 넘었지만 완료하기까지 갈 길은 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완전히 품에 안으려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해외 각국의 '결합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할 국가는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적어도 10여개국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매출을 올린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 정부의 공정거래 당국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독과점 우려가 없을지 등을 살피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분할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은 설립한다. 새로 만들어질 지주회사는 현대중공업의 사업법인, 대우조선·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이 자회사로 편입돼 세계 최대의 조선 그룹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2%에 이른다. 합병 회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만 따지면 공정위 경쟁제한 기준선인 50%에 미달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가 강점을 보이는 액화천연가(LNG) 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선종별로 따지면 기준을 훨씬 초과하게 된다. VLCC과 LNG선의 경우 점유율을 합치면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의 72.5%, 60.6%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의 독과점 논란이 불거져 심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조선업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EU 등이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견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세계적 기업 간의 기업결합이 잇달아 무산된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8월 미국 퀄컴은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EU 등 9개 승인 대상 국가 중 8곳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다음 달 한국 공정위를 시작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기업결합 심사는 통상 120일이 소요되지만 자료 제출 등으로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자체가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각 국의 판단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며 "국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설 수 있어 승인 여부를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회사는 해외 당국의 심사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내년 초께 기업결합 절차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 2019.05.31.   bbs@newsis.com.

노조 반발도 변수다.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은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이 승인되자 '총파업'에 나설 태세다. 장소를 옮겨서 주총을 개최한 것을 두고서는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원천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 분할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초 주총은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회사는 예정된 시간과 장소에 여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주총 시작 40분 전 장소를 변경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아 주주총회는 적법하지 않고, 위법한 주총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무효"라며 소송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도 "이번 주총과 회사분할은 중대한 절차 위법으로 무효로 봄이 합당하다"며 "주총은 모든 주주에게 참석과 자유로운 의견 표명의 기회가 보장돼야만 유효한 개최로 인정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사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며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생산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지만 노사 갈등이 격화되면 불확실성이 짙어져 영업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파업과 농성 등이 계속 이어지면 선주들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조건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입찰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노사가 생산적 대화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특히 노조가 인적분할 및 인수합병은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기본적으로 경기에 민간함 기간산업 특성상 구조조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길"이라며 "기업의 회사 분할과 합병, 매각은 주주들의 권리로 노조가 이를 저지하려는 것은 시장 경제 및 재산권을 인정하는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등으로 조선업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기대도 있지만 단기적인 회복에 그칠 것이라는 전반적인 시각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시장 상황과 과당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등을 고려할 때 인수합병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앞서 논평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과 물적분할은 한국 조선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적이고 불가피한 조치"라며 "노조도 이에 적극 협력해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회사를 키우고 고용을 유지해 국가산업 발전을 함께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기업결합 과정에서 회사 측이 고용안정과 단체협약 승계까지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노조가 강력하게 저지하는 것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고 덧붙였다.


kje1321@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