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 퇴진론 수그러들자 당 일각 '혁신위' 거론
당대표 전권을 혁신위원장에 넘겨주고 총선 박차
孫 출구전략 가능성…퇴진파 "2선 후퇴 전제돼야"
오신환 "대표 퇴진 없다면 꼼수…차라리 갈라지자"
당대표 퇴진에 총대를 멨던 하태경 의원이 '정신 퇴락' 발언으로 반감만 불러 일으키며 역풍을 맞은 데다, 법원이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절차에 법적으로 절차상 하자가 없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만큼 권력의 무게추는 손 대표 쪽으로 약간 기운 듯한 양상이다.
손 대표 사퇴를 경선 공약으로 내걸고 원내사령탑에 오른 오신환 원내대표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에게 "용퇴를 거부하셨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주시라"고 호소한 것도 당대표 퇴진론의 동력이 상실된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로부터 끊임없이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손 대표가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당을 장악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갈등이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손 대표의 권한도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 최고위원회 의장이자 당무위원회 의장인 당대표에게는 의사정리권(議事整理權)이 부여돼 있지만, 최고위 구성 비율만 해도 당권파와 퇴진파가 각각 4대 5로 양분돼 안건 상정이나 의결 등의 과정에서 손 대표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당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자리를 보전하고 바른정당계의 반발을 묵살하는 일종의 출구 전략으로 혁신위원회 체제 출범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혁신위는 원내대표 선거 이전에도 손 대표가 꺼낸 카드로, 5선 중진인 정병국 의원에게 혁신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바 있으나 당 내에서 큰 공감대를 얻지 못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소멸된 바 있다.
바른정당계에서 손 대표 퇴진론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만큼 손 대표가 밀어 붙이는 혁신위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바른정당계의 요구는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불안정한 비상체제로 가기보다는 신속히 전당대회를 치러 당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고 당 전체가 일신하자는 쪽에 가깝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생각한다는 혁신위는 2선 후퇴를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인데 중요한 건 본인 입에서 직접 그 말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바른정당계에서 혁신위를 인정할지 말지는 손 대표의 퇴진 여부를 보고 판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26일 오찬 간담회에서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거나 측근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힌다면 그건 임기를 보장받기 위한 '들러리 혁신위'를 내세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퇴진을 하지 않는 이상 혁신위는 꼼수에 불과하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갈라지는 게 낫다"며 "손학규 대표가 전권을 모두 혁신위에 넘겨주고 향후 혁신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100% 수용하겠다고 해야 혁신위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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