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오일 기반으로 미국 세계 최대 산유국 부상
미국이 작년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되찾은 가운데 중동발 유가 불안에 시달리던 정유사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미국과 교역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미국으로부터 1분기에 수입한 원유량은 2908만 배럴로 전년 동기의 585만 배럴에서 5배 뛰었다. 증가율로는 397.1% 확대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국내 원유 수입 상대국 순위가 작년 1분기 12위에서 4위로 8계단 상승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작년 1분기에는 원유 수입국 순위가 4위였으나 미국에 자리를 빼앗기며 5위로 밀려나 눈에 띈다. 더군다나 미국이 지난 22일 한국에 이란산 수입 예외국 지위를 연장해 주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란산 수입은 더욱 줄고 대신 미국산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미국 원유 수입 '큰손'이 됐다. 미국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캐나다에 이어 미국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무엇보다 미국이 셰일오일 채굴에 적극 나서면서 미국산 원유가 저렴해진 것이 주된 배경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셰일오일을 적극 채굴하면서 미국산 즉,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6~7달러 더 싸게 거래되고 있다"며 "미국이 중동보다 통상 수송비가 배럴당 2달러 정도 더 비싼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높음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미국산을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정유사들은 주로 내륙에 위치했는데 바닷가에서 체굴된 셰일오일을 운반할 파이프라인이 현재 건설 단계에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갑작스럽게 공급이 크게 늘어난 미국의 원유를 소화해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 흑자를 줄이려는 국내 산업계의 분위기도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유 수입뿐 아니라 원유를 가공한 수출한 제품 형황을 보더라도 미국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대 정유사가 올 1분기에 수출한 석유제품량을 보면 미국이 991만 배럴로 전년 동기(295만 배럴)에 비해 3배, 증가율로는 235.9% 급증했다. 이로써 미국은 석유제품 수출 상대국 순위가 11위에서 5위로 뛰었다.
특히 항공유 910만 배럴이 미국에 수출되며 작년 1분기의 175만 배럴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셰일오일을 기반으로 지난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연간 기준으로 45년 만에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탈환한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원유와 석유 제품 교역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EIA는 미국이 내년이면 원유 등 에너지 수출이 수입을 웃도는 순수출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인 미국이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이 원유와 석유 주요 교역 파트너 국가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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