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일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 의결
수도권 경제성 평가 60~70%…"통과율 영향 없어"
非수도권 균형 평가 30~40%…낙후도 감점 폐지
복지사업, 3개 부문서 85점 이상 돼야 적정 평가
대상사업 기준 1000억 미포함…"국회 진행 더뎌"
수도권 지역 사업에 대해선 지역균형발전 평가 항목을 없애고 경제성 평가의 비중을 대폭 늘린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균형발전 평가의 비중을 확대해 거점도시 등의 예타 통과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예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복지 사업에 대해선 전달체계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사업 추진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평가 방식을 조정했다.
정부는 3일 오전 8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2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예타 제도란 공공투자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지난 1999년 도입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고 국고 지원금이 300억원 이상인 건설·연구개발(R&D)·정보화 사업과 중기 지출 규모 500억원 이상인 복지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사업의 주무 부처에서 타당성 조사를 하기 전 기재부에서 미리 검증해 '불요불급(不要不急,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한 대형사업 추진을 막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386조3000억원 규모의 849개 사업에 대한 예타가 수행됐고, 이 중 35.3%를 차지하는 300개 사업(154조1000억원 규모)은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돼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제도 도입 전 5년간(1994~1998년) 각 부처에서 자체 타당성 조사를 거친 33개 사업 중 울릉 공항 건설 1건만 통과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기대했던 효과를 어느정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도입 20년을 맞아 제도의 전면 개편안을 마련했다.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그간 지속해서 나왔었지만, 올해 초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계획을 내놓으면서 한층 높아졌다. 정부가 면제 대상 사업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중으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종합 평가(AHP, Analytic Hierarchy Process) 단계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비중을 달리 적용하고 가중치도 조정하는 것이다. 종합 평가란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 분석 결과를 종합해 사업의 적절성을 계량화된 수치로 도출하는 예타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AHP 결과가 0.5를 넘으면 사업의 타당성이 확보됐다는 뜻이다.
수도권 내에서도 인천 등 상대적으로 외곽에 위치한 지역에서 서울과 다른 평가 방식을 적용해달라는 요구 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영진 기재부 타당성심사과장은 "2017년 기준 수도권 3개 지역의 경제력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고 언급하며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수도권 내에서까지 구분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반대로 비수도권에서는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낮추고 지역균형 평가는 높인다. 각각 30~45%, 30~40%로 조정된다. 수도권 중 '접경'·'도서'와 '농산어촌' 지역은 비수도권으로 분류한다. 접경 지역에는 경기도 김포시, 경기도 동두천시, 경기도 양주시, 경기도 연천군, 경기도 파주시, 경기도 포천시, 인천시 강화군, 인천시 옹진군 등이, 도서 지역에는 인천시 중구 대무의도·소무의도/서구 세어도, 경기도 안산시 풍도·육도, 화성시 제부도·국화도 등이 해당된다. 농산어촌 지역은 경기도 가평군, 경기도 양평군이다.
다만 경기도 고양시 등 '수도권 정비계획법' 상 과밀억제권역은 접경·도서 지역이라도 수도권에 속한다.
균형 발전 평가시에는 -9점부터 +9점까지 가·감점제로 매기던 지역 낙후도를 가점제로 변경해 운영한다. 지방의 큰 도시가 낙후도에서 감점 받는 부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 36개 지역이 감점을 받고 있다.
이는 지방 낙후 지역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전반적인 인식과 함께 실제 지역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균형 발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임 과장은 "비수도권에서 균형 발전 가중치가 5%p 높아지면서 일부 사업의 통과율이 높아질 수는 있다"며 "가·감점제가 가점제로 바뀌면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거점도시가 가장 혜택을 많이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광역시에는 플러스(+) 요인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제도 개편으로 인한 균형 발전 효과가 거점도시뿐만 아니라 기타 시·군·구 지역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재정 문지기'로서의 제도 근간이 무너지는 것은 경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차관보는 "비수도권에서의 통과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 통과율이 현저히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소득이전 사업에 대한 평가 방식도 개편한다. 복지 분야 예타 수요는 2009년 74조7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61조원으로 115.8% 불어났다. 사업이 추진되는 시기와 방법, 규모 등의 적정성 검토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평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
경제성과 정책성만을 분석했던 현행 체계에서 ▲경제·사회 환경 ▲사업 설계의 적정성 ▲비용-효과성 등 항목별 점검 방식으로 전환된다. 100점을 기준으로 각 항목별 평가 결과를 점수화한 후 3개 항목에서 모두 85점 이상이 나오면 적정한 사업으로 평가한다. 3개 중 일부가 85점에 못 미치거나 2개 이상이 70점을 넘는 경우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수용할 것을 전제하는 조건부 추진을 허용한다. 2개 이상 점수가 70점에 못 미치면 사업을 전면 재기획해 재요구하도록 한다.
예타 대상 기준을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은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차관보는 "현재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진행이 더디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예타 운용지침 개정 작업을 마치고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변경된 평가 방식은 조사 중인 사업부터 바로 적용된다.
지난달 말 기준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사업,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사업, 경전선 전철화(광주송정~순천 단선), 문경~김천 단선전철사업,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계양~강화 고속도로 건설사업, 제천~영월 고속도로 건설사업(국토부), 부강역~북대전IC 연결도로(행복청), 금강지구 영농편의 증진사업,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농림부),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사업(법무부), 차세대 지방재정관리시스템 구축(행안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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