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FTA 체결해 놓고 주권 침해 주장 논리 안 맞아"
"EU, 미비준 때 한국에 분명히 피해줄 행동 할 것" 비판
경사노위, 노사 논의 3월 말 종결 않고 4월 초로 연장해
이 교수는 이날 오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경총이 FTA 협정 상 ILO 협약 비준 의무는 노력 의무에 불과해서 안 지켜도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비준 의무는 노력 의무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적 의무가 아닌 것이 아니다"라며 "법적 의무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FTA 해석과 관련해서 노력의무에 불과하기 때문에 안지켜도 무방하다는 주장은 일반적인 국제통상법 해석 관행이나 실태를 봐서 타당한 해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것을 빌미로 해서 노사 협상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다든지 국회나 정부가 4월 9일까지 가시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 발생할 경제나 영향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기에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전문가 패널 권고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법적으로 협정 상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FTA 노동조항을 위반한 세계 첫 사례라는 점에서 본보기로 어떠한 식으로든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경총이) 주권 문제라고 했는데 FTA 협정 자체가 그 주권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체결했기 때문에 체결이 된 이후에 주권 문제를 주장해서는 안되고 그 얘기를 하려면 FTA 협정 자체를 반대했어야 한다"며 "체결을 해 놓고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전체회의를 마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경총에 대한 비판과 FTA 핵심 협약 미비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경영계 성명서를 보면 (ILO 핵심 협약을 미준하지 않더라도) 재계의 영향이 없는 것처럼 써놨는데 경총 얘기가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장관 얘기나 EU 행태를 고려하면 경영계 희망대로 안된다"며 "반드시 우리나라에 피해가 되는 행동을 할 가능성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피해는 경제단체가 아니라 개별 기업체에 집중될 것이고 특히 현대차에 대해서는 괴멸적인 효력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 통상 쪽에서는 노동 쪽을 잘 모르기 때문에 통상 전문가들이 그 조항을 보면 경총처럼 분석할 수 밖에 없다"며 "통상법을 연구한 사람들은 관세, 무역은 잘 알아도 노동쪽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모르기에 청와대에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문가 패널 권고안의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과 관련해선 "정부로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며 "공식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얘기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고용부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한·EU FTA 협정문은 ILO 핵심협약의 '비준 그 자체가 아닌, 비준을 위한 '노력'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ILO 핵심협약 미비준 그 자체가 규정 위반으로 단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총은 또 "한·EU FTA 제13장은 각 당사국의 주권과 국가적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ILO 핵심협약 비준도 우리가 주권적으로 해결하면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이날 노사 논의를 마무리 하지 않고 논의 시한을 4월 초로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이번달 말까지 노사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회로 넘기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추가 논의를 좀더 해보기로 한 것이다.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박수근 위원장과 공익위원 간사인 이승욱 위원은 28일 오후 전체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ILO 협약 비준에 필요한 노동관계법과 관련해 노사 합의가 지금 진행중인 것 같다"며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고 위원들 대부분 공감해서 4월 초까지 노사 간에 합의가 이뤄지도록 촉구하고 기다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더 기다리기로 한 이유는 EU가 요구한 시한이 4월 9일이기 때문에 4월 초까지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무한정 시간을 줄 수는 없기 때문에 4월 초까지는 합의를 위한 노력을 기다려 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4월 초까지 노사정 간 합의가 안되면 그 때 전원회의를 해서 결정하겠지만 아마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잘 안되면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승욱 공익위원은 "노사 부대표급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대표급 협상이 개시된 게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한 점도 있고 EU가 요구한 시한을 고려해서 논의 시한일을 4월 초로 정했다"고 말했다.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한국이 이 조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단계인 정부간 협의를 요청했다.
또한 4월 9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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