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시스】유재형 기자 = 지난해 치러진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수텃밭'인 울산과 경남지역은 민주당으로 대폭 물갈이돼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지방정권 교체로 정치지형이 재빠르게 재편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희망은 그리 오래가지 않지 않았다.
선거과정에서의 불법행위들이 불거지며 울산지법 관할 울산·양산지역 자치단체장 4명이 잇따라 법정에 서게 되면서 오히려 행정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재판이 속도를 내면서 1심 결과가 나오거나 검찰 구형까지 이뤄지며 관련 단체장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심서 무죄 선고받은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2심도 낙관
울산지법은 지난 2월19일 오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옥희 교육감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노 교육감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한국노총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발언을 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간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이 선거부정이나 비리 등으로 잇따라 낙마해 이번에도 울산시교육청의 흑역사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노 교육감의 발언이 허위로 볼 수 없고, 고의성도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당시 재판부는 "이준희 의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노 교육감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다수의 간부가 선거캠프에 참여한 점, 40여명의 노총 간부들의 지지서명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노총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판부는 이어 "한정된 시간에 서둘러 마무리하려다 단순 실수로 노동자라는 일부 단어를 생략한 것으로 보여 허위발언에 대한 고의성도 없었다"며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었고, TV토론회 시청률도 낮아 허위발언이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항소로 지난 3월 17일 부산고법에서 노 교육감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법조계에서는 노 교육감의 허위발언이 당시 TV토론회 자리에서 한 1차례에 그친 점과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비춰볼 때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번째 재판은 4월 24일 오후 5시30분 부산고법 301호 법정에서 재개된다.
◇당선무효형 벌금 구형된 위기의 울산시 중구청장·양산시장
지난 3월 19일 울산지법(재판장 김관구 부장판사) 에서는 박태완 중구청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6월5일 열린 TV토론회에서 "중구지역이 고도제한 완화구역에 포함됐는데도 현 구청장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구민들이 재산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검찰은 박 구청장에 대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고도제한 완화는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국제기준 변경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대 후보인 박성민 전 중구청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허위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TV토론회 이후 일부 언론을 통해 고도제한이 불가능하다는 보도가 있었음에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 등 고의성도 인정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김일권 양산시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3월26일 결심 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구형받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 후보인 자유한국당 나동연 전 시장의 행정적 지원이 부족해 넥센타이어가 양산이 아닌 창녕에 공장을 건립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구청장과 김 시장은 모두 상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점에서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양형 기준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직선거법으로 기소된 경우, 당선 목적이냐 낙선 목적이냐를 구분하고 있다. 당선 목적은 70만~300만원의 벌금, 낙선 목적은 징역 8개월 이하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재판 결과는 허위사실 여부와 함께 이를 대외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정도의 수준(공표)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따라 갈라질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판례 등에 비춰보면 재판부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경우, 검찰의 기소 내용이 수월하게 받아들여지는 만큼 낙선 목적의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된 두 지자체장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객관적 허위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의도적, 반복적인 것이 아니라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 선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선고재판은 박 구청장 4월 12일 오전 10시, 김 시장 4월 16일 오후 2시에 각각 울산지법 4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준비기일만 4번째 남구청장, 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다른 단체장들에 대한 재판이 속도를 내는 반면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은 준비기일만 4번째일 정도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12일 예정된 4번째 재판 이후에서나 본격적인 변론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다른 단체장들에 비해 혐의도 많은 데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도 김 구청장을 비롯해 7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올해 1월 열린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이 23권 8000여 페이지로 방대하고, 피고인이 7명에 이르는 점 등을 들여 충분한 재판준비 기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선거사무원과 자원봉사자에게 선거운동 대가로 수백만원을 지급하는 등 금품제공, 지위 이용한 선거운동, 사전 선거운동,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선관위에 신고된 예금계좌를 통하지 않고 선거비용을 지출하거나, 회계장부에 선거비용을 누락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법을,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에게 법률 사무를 수임하도록 하고 대가를 지급해 변호사법을 각각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회계책임자와 선거대책본부장 등 선거사무실 관계자와 변호사사무실 사무장 등 6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지며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하며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유정우 울산지법 공보판사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소사실에 대해 많이 다투다 보니 증거와 증인 채택에 대한 입장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며 "지난 2월 25일 재판부가 바뀌면서 공백이 생긴 점도 재판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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