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우 박영주 유자비 기자 = 여야는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최 후보자가 다주택자로 갭투자와 꼼수 증여 의혹으로 투기 수요 억제 등 부동산 정책을 수행할 책임자로 부적격하다고 공격했다. 반면 여당은 다주택를 보유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범죄가 아닌 데다, 매매차익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최 후보자를 옹호했다.

다만 최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하고, 조속한 처분을 다짐하면서 야당의 공세는 다소 맥 빠진 양상을 보였다.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야당은 11시간 가량 진행된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관계를 내놓지 못했다.

최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세종시 반곡동 155㎡ 규모 아파트 분양권(4억973만원)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 59㎡ 규모 아파트(7억7200만원), 경기 성남시 분당구 84㎡ 규모 아파트 임차권(3000만원)을 갖고 있다. 분당구 아파트도 입각 직전인 지난달 18일 장녀 부부에게 증여하기 전까지 본인 소유였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 후보자가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투기 관련 지역"이라며 "국토부 차관까지 지낸 분이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 정책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최 후보자가 지난 2003년 장관 비서관 재직 중 잠실 주공1단지 아파트를 취득한  것을 두고 "상승 정보를 미리 파악 가능한 자리이기 때문에 (재건축) 인가가 확실한 주공 아파트를 골라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 후보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박 의원은 최 후보자의 세종시 아파트와 관련해서도 "당시 2주택자 신분이었고 퇴직을 앞둔 시점이어서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세종시에 64평 펜트하우스를 청약할 필요가 없다"고 질타했다. 최 후보자는 "거주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다"며 "지금 공사 중이고 8월 준공되면 바로 입주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도 "2003년 주미 대사관으로 나가 3년을 있었다"며 "분당 집도 비어있는 상태에서 잠실 주택을 샀다. 지금까지 15년 동안 한 번도 거주한 적도 없다. 재산 증식 목적에서 사놨을 수 있다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주미 대사관으로 나갈 때 분당 집을 전세를 줬다"며 "그 전세금을 가지고 잠실 집을 매입했고 귀국 후에는 잠실로 가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현재 한국당 의원도 최 후보자 보유 부동산이 모두 투기과열지구 또는 투기지역에 위치해 있다고 지적한 뒤 "주거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분당은 그 당시 투기과열지구인지 찾아봐야겠지만 그때 집값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장녀 부부에게 분당 아파트를 증여 후 월세 계약을 맺고 거주 중인 것과 관련해 "매월 딸에게 월세를 160만원씩 내니 자녀에 대한 지원도 되고 절세도 된다"고 꼼수 증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최 후보자는 "양도세 절세는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부분"이라며 "제가 한시적으로 거주할 수밖에 없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인사검증 체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주택이) 3채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청와대가 후보자로 지명하고, 인사청문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 같으니 1채를 파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면 청와대 임명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제가 스스로 판단해서 (증여했다)"라며 "(잠실 주택도) 지난해 11월 이미 매각을 의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20일 후보군이라고 통보를 받고 다음달 18일 딸 부부에게 분당 아파트를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후보 내정은 지난 7일 통보 받았다고 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 정부는) 어떤 연유에서 다주택자가 됐든 불문에 붙이고 무조건 종합부동산 중과, 각종 규제를 할 뿐 아니라 대출까지 제약한다"며 "정부가 죄악시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해 오신 분인데 이 정부의 장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최 후보자는 "저도 다주택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실소유할 목적으로 당초에는 매입했다. 반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최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최 후보자가 다주택자이지만 장기 보유했고, 매매로 실현된 차익이 없다는 논리를 내놨다.

임종성 의원은 "후보자가 소유한 주택 관련한 의혹 제기가 많다"며 "제가 볼 때도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지혜롭지 못하게 재산을 관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제가 실거주 목적으로 여러 주택을 보유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희 의원은 최 후보자가 장기 보유자로 이익실현을 한 적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다주택자가 죄는 아니다"며 "후보자가 주택을 장기적으로 보유했다. 후보자가 팔았으면 이익실현을 위해 부동산투기를 했다고 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황 의원은 갭투자 의혹을 받는 잠실 아파트, 꼼수 증여 의혹에 휘말린 분당 아파트에 대해서도 해명 기회를 줬다.

최 후보자는 "장래 통학 등을 감안해서 서울로 이사할 필요가 있다고 싶어서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했다. 그는 "분당 집은 잠실 집 준공 전 매각하려고 했지만 그때가 (부동산 경기가 악화됐던) 2008년이었다. 매각이 안됐다"고 했다. 추후 매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런 면에서 둔감하다"고 했다.

최 후보자는 분당 아파트 증여와 관련해 "빠른 시간 내 국민 앞에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서 떳떳함을 갖고자 정리하는 과정에서 증여라는 방법을 택했다"며 "세금을 줄이기 위해 사위하고 딸에게 증여한 것은 아니다. 저는 사위도 자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장녀 부부에게 아파트 증여 후에도 계속 월세로 거주 중인 이유로는 "단기간 집을 얻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제가 이집에서 살지 않았더라도 다른 세입자가 온다면 딸의 입장에서는 같은 월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강훈식 의원도 "다주택자라는 문제 보다 갭투자로 수익을 내고 팔고 해온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고 차익 미실현을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다주택자로서 후보자로 부족한 면, 미흡한 면이 있다고 본다"며 "후보자로 떳떳하게 하기 위해 증여를 했다"고 답했다.

황희 의원은 "잠실이랑 세종에 (집이) 두개 있는데 둘 중 하나를 확실히 매각하는 것이 어떻느냐"며 "장관이 되기 전 지금부터 내놓고 정확하게 1주택자가 되겠다고 선언을 하라. 애매하게 했다가 나중에 부동산 투기했다고 몰릴 수도 있다"고도 조언했다.

이밖에 여야는 이른바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김해 신공항이 100% 정치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차기 공천 때문에 대통령 눈치를 봤던 5개 시도 단체장 또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석기 한국당 의원은 "지금 부울경 단체장이 모여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친해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이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내년 총선에서 부울경 표를 의식한 대단히 위험한 얘기다. 민심을 분열시키는 위험한 얘기를 대통령이 직접 했다. 어떻게 국가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느냐"고 했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26일 전체회의을 열고 최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단 최 후보자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엇갈려 채택 여부는 미지수다.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와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25~27일 최 후보자를 포함해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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