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 최초로 경험한 시점이 모두 분수로 귀결
분수·도형 배우는 초3, 수학에 부정적 감정 형성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KICE NewsLetter 3월호에 실린 초·중학교 학생 50명의 성장 과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학습부진을 경험한 최초의 시점이 모두 분수로 귀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연구는 학습부진학생들의 삶의 과정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추적하는 종단연구이며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2년차 중간발표다. 이번 연구는 첫 연구였던 1년차에 비해 학생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분석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연구내용을 보면 M초등학교의 홍모 학생은 4학년임에도 3학년 2학기 수준의 분수 연산을 따라가지 못했다. 교사가 개별 지도를 해주면 잠시 이해하는 것 같았지만 반복적으로 까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 학생의 담임교사는 학생과의 면담을 통해 "기억을 했다가 다시 까먹고 이러니까 아이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기록했다.
N초등학교 김모 학생도 분수에 대한 개념을 배우는 수업에서 유독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 단원평가를 할 때에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시험을 회피하려고 했다. 수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에서 수업 참여도는 좋았지만 수학시간에는 과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학생은 4학년이 된 후에도 수학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낮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M초등학교 권모 학생 역시 4학년이 될 때까지 분수의 연산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다. L초등학교 배모 학생도 분수와 소수에 대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F중학교 이모 학생은 중학교 2학년 임에도 분수의 덧셈과 문자의 덧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연구에 참여한 학습부진학생들 대부분이 수학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학습부진을 경험한 최초의 시점이 모두 분수로 귀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단순 연산에 그치던 초등학교 2학년 수학과는 달리 3학년이 되면서 분수와 도형을 접하게 되는데 이 시점에 수학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형성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대부분의 학습부진학생들이 겪는 수학에서의 첫 번째 좌절이 공통된 학습 내용이라고 하면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은 간단해 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K초등학교 도모 학생은 3학년 때부터 수학을 어려워했고 5학년 때까지 수학 학습 능력이 초등 3, 4학년 수준이었다. 그러나 6학년이 되자 수학 기초 연산 능력이 향상됐고 수학을 어려워하지만 관심을 갖고 공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교사가 PC게임과 영화의 등장인물을 활용해 수학 학습 내용과 관련된 수학 이야기를 구성하고 카드 등을 활용해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집중할 수 있게 수업을 운영했는데 이것이 주효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현실적으로 수학에서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에 충분한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는 전략이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초등 1, 2학년에서의 기초연산(셈)에 대한 확실한 이해 및 숙달 지원 ▲강의식 수업만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수학요소(분수, 도형)를 이해하지 못한 초등 3학년 학생들 별도로 선발해 오감활용 학습 자료를 통한 이해력 제고 ▲단위학교별 방학기간 조기 수학위기 학생 극복 프로그램 운영 ▲교사가 교과서뿐 아니라 학생들이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교구 또는 학습보조 자료를 개발해 보급 ▲초등 3, 4학년 수학 학습 지도 보조 인력 지원 ▲수학 교과에 대한 공포 제거를 위한 실생활 연계 재미있는 수학 학습 콘텐츠 개발 및 보급 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조기에 수학 위기 학생들을 구제해 수학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이수를 지원하면 기초 수학 학습을 통한 연산 능력이 향상되고 향후 수학 학습을 위한 기초 능력이 구비되는 기대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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