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말레이시아 인사말 실수 곳곳서 포착
"낮 인사말을 해가 지고 난 이후 사용도"
靑 "'쁘땅', 10시 전후로 사용…문제 없어"
양국 언어 유사성에서 실수했을 가능성
"靑에 말레이시아어 아는 사람이 전무"
"현지 공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말레이시아 일정 담당 통역관에게
대통령 현지 연설문 전문 전달 안 돼"
게다 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현지 공식 일정에서 시간대별로 인사말을 혼동해 사용하는 실수도 적지 않게 발견되면서, 방문국에 대한 우리 측의 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 내에서 말레이시아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작성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에 가서 확인하고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중인 지난 13일(현지시각)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슬라맛 소르(Selamat sore)'라는 인도네이사어로 인사를 건넸다. 말레이시아어의 오후 인사말은 '슬라맛 쁘탕(Selamat petang)'이다
해외 순방에서 현지어로 인사를 건네는 것은 방문국 국민들에게 친숙함을 표현하기 위한 일환으로 문 대통령의 흔한 인사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의도치 않게 외교적 결례가 빚어진 셈이 됐다. 인도네시아어가 말레이시아어를 뿌리로 둬 두 언어 사이에 유사점이 많다고 하지만, 양국이 여전히 영유권 분쟁 등 크고 작은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영훈 한국외국어대 아시아언어문화대학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두 나라는 인접해 있어서 친한 나라지만 민감한 부분도 있다"며 "말레이시아 말이 따로 있는데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것은 현지인 입장에서 썩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즉각 실무상의 혼선이었음을 밝히며 재발 방지를 악속했다. 고 부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 메시지를 통해 "방문국 국민들에게 친숙함을 표현하고자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지 방문 일정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말 실수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문 대통령은 12일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각) '할랄-한류 전시회'에 참석해 저녁 인사인 '슬라맛 말람(Selamat malam)'으로 인사를 전했다. 또 같은 날 오후 7시 참석한 동포 만찬 간담회에선 오후 인사인 '슬라맛 쁘탕'으로 인사를 전했다. 다음 날인 13일 오후 7시 참석한 국빈 만찬에서도 '슬라맛 쁘탕'으로 말문을 열었다.
물론 오후와 저녁을 구분하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국빈 방문한 공식 행사에서는 단어 선택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다만 고 부대변인은 "'쁘탕'의 경우 영어로 따지면 'Good afternoon(오후인사)'과 'Good evening(저녁인사)'를 합쳐놓은 정도"라며 "저녁 식사 후 밤 10시 전후에 쓰는 정도"라고 했다.
이어 "밤 늦은 시간인 'Good night' 의미가 '말람'"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할랄 공동기자회견에선 틀린 것이 맞다"며 "동포간담회와 국민만찬에서 오히려 '말람'을 쓰면 부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수에는 말레이시아어와 인도네시아어의 상당한 유사점도 일정 부분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양국민이 '안녕하세요'로 사용하는 시간대별 인사말 중 유일하게 다른 부분은 정오와 오후 시간대다.
인도네시아어에서는 정오 인사로 '슬라맛 시앙(Selamat siang)'을, 오후 인사로 '슬라맛 소르'를 사용하는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정오 인사로 '슬라맛 띵아하리(Selamat tengah hari)를, 오후 인사로 '슬라맛 쁘탕'을 사용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청와대 측에선 준비의 어떤 부분에서 소홀함이 있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평가다. 고 부대변의 설명에 따르면, 인사말의 경우 현지에서 추가됐지만, 이 역시 담당 통역관에게 최대한 자문을 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말레이시아 일정을 담당한 통역관은 대통령 현지 연설문 전문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말레이시아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현지 공관에 있는 분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잘 모르는 언어이다 보니 처음 (원고에) 작성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redi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