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천막 철거…시민들 "노란리본 잊혀지면 어쩌나"

기사등록 2019/03/18 11:04:58

18일 오전 세월호 천막 철거 시작…4~5시간 소요

바쁜 월요일 출근길, 시민들 발 묶인 채 아쉬움만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8일 철거를 앞둔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서 노란리본 조형물이 철거되고 있다. 천막 철거는 지난 2014년 7월 처음 설치된 이후 약 4년8개월 만이다. 2019.03.1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김재환·윤해리 수습기자 =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조형물이 지게차에 실렸다. 바쁜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도 광화문 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은 차례로 스러지는 세월호 천막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운영됐던 세월호 천막이 18일 철거되고 있다. 2014년 7월14일 처음 설치된 이후 약 4년8개월, 1708일 만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10시43분께부터 광화문 광장을 지키던 14개동 세월호 천막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완전히 철거되기까지는 4~5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하나둘 빈 공간을 드러내는 광화문 광장에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세월호 천막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안제경(38)씨는 "출근길에 마지막으로 사진이라도 남겨 둬야 할 것 같다"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안씨는 "사무실에서도, 출근할 때도 몇년 째 매일 보던 풍경"이라며 "천막이 영원히 이 자리를 지킬 수는 없겠지만 이대로 철거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지게 될 것 같아 많이 아쉽고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 중이던 방승훈(29)씨도 세월호 천막의 마지막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방씨는 "아직 해결된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천막을 철거한다니 슬픈 기분이 들어 멈춰서 보게 됐다"며 "집권 전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한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기대에 못 미쳐 아쉽다"고 했다.

세월호 천막 주변을 떠나지 못하던 권해진(50)씨는 "철거 소식을 듣고 시간을 내 보러 왔다"며 "마음은 착잡하고 아쉽지만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추모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8일 철거를 앞둔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의 모습. 천막 철거는 지난 2014년 7월 처음 설치된 이후 약 4년8개월 만이다. 2019.03.18. mangusta@newsis.com
세월호참사가족위원회는 천막이 철거되는 이날도 '세월호 참사는 304명을 죽인 범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7시간 문서를 즉시 공개하라'는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섰다.

정성욱 진상규명부장은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게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며 "세월호에는 아직 진상규명해야 할 많은 일이 남았다. 여러 의혹에 명확한 답을 준 적이 없다. 이를 잊지 말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막 철거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 측은 지난 16일 세월호 천막 내 집기와 비품을 정리했다. 이어 17일 오전 10시에는 세월호 천막 내에 존치된 희생자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을 진행했다.

300여개의 영정은 일단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로 자리를 옮겼다. 유가족들은 영정을 어디로 옮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분향소가 있는 자리에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돼 다음달 12일 시민에게 공개된다.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현 분향소 위치(교보문고 방향)에 목조형태의 면적 79.98㎡ 규모로 조성된다. 세월호 천막의 절반 규모다.

김혜정 서울시 총무과장은 천막 철거 현장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기억공간은 세월호를 기억하고 각종 사회적 재난에서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수 있는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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