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유진 "이나영 짝사랑, 이종석 아니라"···묘한 매력

기사등록 2019/03/14 16:54:40 최종수정 2019/03/14 17:46:42
정유진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이종석 아닌 이나영 선배를 짝사랑했죠.”

탤런트 정유진(30)은 ‘짝사랑 전문 연기자’로 통한다. 매번 작품에서 두 번째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아 메인 남자 주인공만 바라봤다.

17일 종방하는 tvN 주말극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드라마 ‘W’(2016)에 이어 또 이종석(30)을 짝사랑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한때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였지만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된 ‘강단이’(이나영)와 스타작가 ‘차은호’(이종석)의 로맨스다. 정유진은 선배 은호를 좋아하는 도서출판 겨루 콘텐츠개발부 편집팀 대리 ‘송해린’을 연기했다.

“종석이는 동갑이고 전작에서 호흡을 맞춰서 편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짝사랑이지만, 결이 달라서 연기하면서도 신선했다. ‘W’에서는 종석이 캐릭터가 가상 판타지였는데. 이번에는 선후배로 나오지 않았느냐. 서로 주고받으면서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고, 애드리브도 저절로 나왔다. ‘또 짝사랑이어서 비슷하게 보이면 어떡하나?’는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
유독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전작에서 호흡 맞춘 연기자, 스태프들이 많다. 프리랜서 북 디자이너 ‘지서준’ 역의 위하준(28)과는 지난해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에 함께 출연했다. 직접 호흡하는 장면은 한 번도 없었지만, 종방 후 모임을 가지며 “더 친해졌다. 서로 의견도 많이 나눴다”고 귀띔했다.

정유진은 두 훈남 배우와 로맨스 연기를 해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팬들을 의식한 걸까, “이나영 선배와 연기할 때 더 설렜다”는 모범 답변을 내놓았다.

“종석, 하준이 둘 다 편했지만, 나영 선배가 최고다. 원래 선배 팬이어서 함께 촬영할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털털해서 놀랐다. 선후배, 스태프 한 명 한 명 챙기고, 누구라도 피곤한 기색이 보이면 먼저 다가가서 ‘괜찮냐’고 물어봐줬다. 이렇게 섬세하고 다정할 줄은 몰랐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를 보고 이나영(40)의 팬이 됐다. 특히 매 신 섬세하게 분석하고, 상대방의 호흡까지 생각해 연기하는 모습에 반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굉장하다”며 “선배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연기자는 자기만의 분위기와 색깔이 분명해야 않느냐. 이런 점을 닮고 싶다”고 강조했다.
해린은 ‘얼음 마녀’라고 불릴 만큼 신입들이 무서워한 선배다. 좋아하는 은호에게는 애교 부리고 한없이 사랑스러웠지만, 후배들에겐 불 같이 화를 냈다.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 캐릭터로 비춰질 수 있었다. “너무나 다이내믹한 캐릭터라서 조절을 잘 하는 게 관건이었다”고 짚었다.

해린은 기존 로코물의 뻔한 서브 여주인공이 되지 않았다. 초반에는 ‘차도녀’ 이미지가 강해 ‘얄밉게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워커홀릭’의 모습도 함께 보여줘 차별화했다. “직장인 친구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며 “그 동안 직장인 역에 많이 캐스팅돼 의아했는데, 외적인 분위기와 말투 때문 아닐까. 항상 짝사랑하고 누군가 괴롭히고 틱틱 댔지만, 이번에는 일할 때만큼은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돌아봤다.

패션모델 출신인 정유진은 2011년 그룹 ‘빅뱅’ 승리(29)의 ‘V.V.I.P’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실제로도 혜린처럼 무서운 선배였는지 궁금하다. “내가 모델로 활동했을 때는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엄격했다”면서도 “나는 기본적으로 인사하고, 지각하지 않는 것을 중요시했다. 두 가지는 무조건 지켜야 하지 않느냐. 꼰대 스타일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정유진은 어느덧 연기자 생활 5년차다. 2015년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처음 연기를 접했다. ‘W’를 끝내고 1년 넘게 방황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예쁜 누나’부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드라마 스테이지-밀어서 감옥 해제’까지 연달아 세 작품에 출연했다. 지금도 TV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고 민망하다. 현장에서 감독과 모니터링을 하지만, 본방송은 잘 보지 않는다며 “종방 후 한꺼번에 몰아보는 편”이라고 했다.
정유진은 묘한 매력을 풍긴다. 쌍커풀 없는 눈과 172㎝의 큰 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흡입한다. “난 결코 예쁜 배우가 아니”라면서 “외모에 신경쓰지 않고,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바랐다.

요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기서 안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정유진의 색깔’을 찾는 게 목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가르침이 컸다. 연기자로서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영향 받는 분들도 있어서 바르고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 그 동안 로맨스물을 주로 했는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정유진이 이런 역 하면 어떨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냈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이 먼저 궁금해 하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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