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아이샤 "도안 티 흐엉, 구속된 후 알게 된 사이"

기사등록 2019/03/13 17:53:49

【자카르타=AP/뉴시스】 김정남 암살 용의자 시티 아이샤(가운데)가 11일 고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어머니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2019.03.11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검찰에 기소됐다가 전격 석방된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7)가 또 다른 살해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0)에 대해 "구속 후에야 알게 된 사이"라고 주장했다.

13일 BBC보도에 따르면, 시티는 전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외교부 청사에서 B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도안을 언제부터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김정남 사건으로 구속된 후) 감옥에서 알게 됐다"며 "그 전에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경찰은 시티와 도안이 사전에 연락을 주고 받던 사이이며, 김정남 암살을 실행하기 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 있는 트윈타워 근처 공원과 쇼핑몰에서 여러 차례 범행을 연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에 위해를 가할 때 실제로 행한 것과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시티는 또 교도소에서 도안과 같은 방에 수감됐었냐고 묻자 "다른 방에 수감됐다"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감방에서 나와 교도소 내를 산책 했다"고 답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AP/뉴시스】김정남 암살범으로 체포된 인도네시아의 시티 아이샤(25, 왼쪽)와 베트남의 도안 티 흐엉(29)이 2017년 10월2일 재판을 마친 뒤 쿠알라룸푸르의 법정을 떠나고 있다. 2018.2.13

도안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주로 했느냐는 질문에는 "이 사안(김정남 사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그저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안이 가능한 한 빨리 석방되기를 기도한다"라고 덧붙였다.

시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김정남 살해 혐의에 대해서 재차 부인했으며,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두 사람은 그간 리얼리티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 카메라라는 북한 남성들의 말에 속아 김정남 암살 사건에 휘말렸다고 주장해 왔는데, '누가 당신들을 고용했느냐'는 질문에 시티는 "대답할 수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또 말레이시아 검찰 측이 석방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줬느냐는 질문에도 "변호사가 설명해 줬지만, 법률적 문제라 이해하지 못했다"며 언급을 피했다.

시티는 김정남 암살 사건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 호텔 스파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언제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일했느냐고 묻자 "2015년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고 했다. 어디에서 일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왜 말레이시아에서 일하게 됐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는 기회가 있다면 말레이시아를 다시 방문할 것이냐고 묻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시티와 도안은 지난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11일 시티만 기소가 취하되면서 석방됐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기소 취하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며, 다만 재판부는 시티의 석방에 대해 "무죄는 아니지만 석방한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다시 기소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시티는 이를 의식해 김정남 사건에 대해 함구한 것으로 보인다.

시티의 석방 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부의 로비와 노력의 결실이라며 자찬했지만,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법에 따른 결정이었다"며 로비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시티의 석방 후 말레이시아 정부에 자국민 도안에 대한 기소 취하를 요청한 상태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