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은 시행착오의 역사…업계 변화시킨 사고史

기사등록 2019/03/13 07:49:00

보잉기 추락사고로 항공 안전 확보에 관심 환기돼

충돌사고 등 참사 이후 소잃고 외양간식 대책 나와

이스타항공, 보잉 사고 기종 결국 운항 중단 결정

【렌턴(미국)=AP/뉴시스】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렌턴 소재 보잉사 조립공장에 오만 항공에서 주문받은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가 파킹돼 있다.  여러 국가의 항공사들이 최근 5개월 사이 두 번의 추락 참사를 낸 보잉 737 Max 8의 안전성 논란에 운항을 중단한 가운데 미 항공 당국은 여전히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019.03.12.


【서울=뉴시스】고은결 기자 = 최근 반 년 간 동일 기종의 항공기가 잇달아 추락 사고를 내는 참사가 빚어졌다. 미국 보잉사의 신형 기종인 737 맥스 8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 이어 최근 에티오피아에서도 이륙 수 분만에 추락, 탑승자 전원이 사망에 이르렀다.

사고가 기체 결함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항공업계에선 안전을 위한 노력에는 끝이 없다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민간항공운송업은 그동안 비극적인 사고를 통해 절차 개선과 기술 발전을 이뤘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아 대책을 세우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지만, 역설적으로 항공사고는 기술 발전은 물론 안전을 위한 대책·정책 등 다양한 부문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항공업계의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 굵직한 사고들을 '피로 만든 역사'라고도 부른다.

13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간하는 항공안전 정보지(GYRO)에 따르면 기내 충돌방지장치(TCAS) 장착을 의무화하는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 1956년 그랜드캐년 상공에서 발생한 항공기 공중 충돌 사고다.

당시 TWA 소속 항공기와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항공기가 애리조나 그랜드캐년에서 공중 충돌, 두 비행기 탑승자 128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미국 정부로 하여금 항공교통관제(ATC) 시스템 전체를 2억5000만달러를 들여 개선하게 했다.

1983년에는 비행 중 화재가 발생한 에어캐나다 소속 항공기가 신시내티 공항에 비상착륙 후, 탈출 과정에서 화재가 확산해 탑승자 46명 중 23명이 사망했다. 밀폐된 기내에서 발생한 화제가 항공기 문을 열자 외부 산소가 공급되며 더 크게 확산된 것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내 화장실에는 반드시 연기 감지기와 자동 소화기를 설치하게 했다.

노후한 항공기 검사도 사고가 난 이후에야 강화됐다. 1988년 비행 중 동체 일부가 폭발로 떨어져 나간 알로하항공 소속 B737 여객기는 카홀루이공항에 겨우 착륙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 항공기가 8만9000회 이상 비행하며 반복된 부식으로 사고가 났다고 봤다. 이에 FAA는 1991년 고령 항공기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 항공기 검사와 유지보수 요구사항을 강화했다. 



【렌턴(미국)=AP/뉴시스】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렌턴 소재 보잉사 조립공장에서 한 근무자가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를 살피고 있다. 몇몇 국가의 항공사들은 최근 5개월 사이 두 번의 추락 참사를 낸 보잉 737 Max 8의 안전성 논란에 운항을 중단한 가운데 미 항공 당국은 여전히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019.03.12.

비교적 최근에는 여전히 위치가 밝혀지지 않은 여객기 실종 사고도 있었다. 2014년 중국 베이징행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는 쿠알라룸푸르 출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고 발생 후 17일이 지나서야 항공기가 호주 남서쪽 인도양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까지 항공기는 발견되지 않아 탑승자 239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

만약 2009년 에어프랑스의 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 제기됐던 실시간 추적 장치가 부착됐다면, 사고 후에라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전 세계 항공업계와 단체들 사이에선 항공기 실시간 추적 시스템의 필요성이 다시금 부상했다.

여전히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기내에서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안전 강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객실승무원의 피로가 비행안전에 미치는 위험성을 강조하거나, 객실내 수화물 관리, 비행 중 객실설비 및 안전정비 결함 발생 시 객실 결함목록에 기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내 항공사들도 일제히 올해를 안전성 강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대한항공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안전 분야에 투입하고 교육, 정비 및 운항 등을 관리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운항 전체의 경향성을 분석할 수 있는 비행자료분석시스템(FOQA) 고도화 1단계를 마쳤다.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이 모의비행훈련장치 도입을 통한 안전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한편 이번 보잉기 추락사고와 관련, 국내에서 사고 기종 2대를 띄우는 이스타항공은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발적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향후 운항 재개 시점은 이스타항공과 국토부의 정밀안전 점검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확인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ke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