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까지 현대·기아차 조정안 수용
신한삼성롯데카드는 불수용…계약해지
사실상 15일이 분기점 예상
노조, 비상대책회의 돌입…13일 기자회견 예고
아직 업계 1~2위 카드사가 협상을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이들마저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에서 백기를 든다면 자동차는 물론 통신사와 유통업계에 대한 '수수료 인상' 협상에서도 줄줄이 실패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현대차와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BC카드도 이날 현대·기아차와 수수료안에 협상했다. 현대·기아차와 협상하지 않은 카드사는 이제 신한·삼성·롯데카드 3개사다.
BC카드 관계자는 "오는 14일 예고된 계약해지를 앞두고 고객불편이 우려돼 현대차가 제시한 수수료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카드사가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자 현대차는 11일(BC카드는 14일)까지 수수료 협상에 이르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해지예고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5개 카드사(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가 결국 현대차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극적으로 타결했다.
이로써 5개 카드사와 BC카드, BC카드를 결제망으로 사용하는 우리카드와 일부 지방은행 카드 고객은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됐다.
카드업계는 분통을 터트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인상은 정부에서 '역진성'을 해소하겠다며 발표한 수수료 개편 차원인데 가맹점들이 불만의 화살을 우리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가맹계약 해지로 고객불편이 생긴다면 결국 피해는 우리가 보지 않나. 협상력에서 우리가 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업계 점유율 1~2위에 달하는 신한·삼성을 포함 롯데카드까지 3개 카드사의 협상이 남아있다. 이들 카드사는 11일 기준 현대·기아차와 협상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신한·삼성·롯데카드는 현재 현대·기아차에서 내놓은 수수료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견이 더 조율된 새 조정안이 나올 때까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별 마케팅비용이나 거래량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대자동차가 제안한 수수료 조정안을 모두가 일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다른 (협상에 이른) 카드사들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현대차에서 현재 제안한 수수료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력에서 을이라고 하더라도 적격비용(원가) 아래의 수수료안을 수용할 수는 없지 않나"면서 "이는 이번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개편 취지에도 벗어나고 향후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할 수수료율 산정실태 현장점검에도 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무엇보다 이번에 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무너질 경우 협상실패가 다른 업권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부 유통사와 3개 통신사와도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들도 우리의 인상안에 반대하는 상황인데 만약 모든 카드사가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무너진다면 다른 업권과의 협상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현대차는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고객불편이 우려돼 조치를 취한 상태다. 이들 3개사 카드로 결제를 희망하는 고객에 대해서 15일 이전 출고분까지 선결제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사실상 15일까지 계약해지가 유예된 것과 같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유예기간이 어느정도 생긴 만큼 협상 진통이 고객불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남은 기간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C카드까지 '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무너지자 노동조합에서는 이날 오후 비상대책회의에 돌입했다.
금융공동투쟁본부 카드분과(이하 카드노조)는 회의 끝에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반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진통으로 봤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사자간 협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당국에서 개입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사후조치를 마련한 만큼 원활하게 협상이 진행되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joo4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