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진 존재 아냐…신비화 안 돼"

기사등록 2019/03/09 13:02:39

지난 6~7일 평양서 열린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서한

"수령은 인민과 생사고락 같이하며 헌신하는 영도자"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 신비화하면 진실 가리게 돼"

"인간적,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 충실성 우러나"

다음달 여러 정치 이벤트 앞두고 사전 정지 작업 성격

북미회담은 거론 없어…"경제건설에 선전·선동 집중"

"모든 것이 목적대로 돼 가면서 주·객관적 조건 성숙"

"극악무도한 제재압살 책동도 파탄 면치 못하게 돼"

"경제와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 없다"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방송했다. 2019.03.05.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고 정의했다고 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김 위원장은 이어 "만일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며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지도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수령을 '무오류의 존재'로 신성화했던 선대와 달리 한계를 가진 인간임을 종종 시사했다. 2017년 신년사에서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다음 달 최고인민회의, 김일성 생일(태양절) 등 여러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4월20일은 김 위원장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선언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주요 행사 계기에 이뤄질 지난 한 해에 대한 평가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같은 서한에서 "현 시기 우리 당 사상사업에서 중요한 과업의 하나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다그치는 데 선전·선동의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라며 "오늘 우리 당에 있어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지적했다. 2020년까지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현 정세와 관련해 "당 중앙의 전략적 결단과 우리 인민의 굴함없는 투쟁에 의해 모든 것이 목적하는 바 그대로 돼 가고 있으며 사회주의 건설을 거침없이 다그쳐 나갈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성숙되고 있다"며 "극악무도한 제재압살 책동도 파탄을 면치 못하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당 초급 선전일꾼대회는 2001년 처음으로 열렸고, 18년 만인 올해 다시 열렸다. 지난 대회에는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함께 전국의 공장, 기업, 협동농장, 기관 등에서 사상교양과 선전선동 사업 간부 역할을 하는 일반 주민 6000여명이 참가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이 서한은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이 전달했고, 리영식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보고했다. 통신은 2017년 은퇴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부장의 직함을 당 중앙위원회 고문으로 소개했다.

 f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