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주년 세계여성의날, 다양한 주체들 참석
총여학생회 폐지 반발 대학가 '페미'들 시위
이성애중심주의 등 '정상연애' 거부 선언도
강남역에선 '클럽 강간문화 규탄' 집회 열려
전문가 "우리사회 여성운동 대중화에 기여"
"기성세대의 판 위에 새 세대가 의제 표출"
대규모 단체들이 노동 현장 등 사회 곳곳의 '차별 철폐'와 '평등'을 외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른바 '각자의 페미니즘' 역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내 '반(反) 페미니즘' 물결을 비판한 '마녀행진'이다.
종로 보신각 앞 집회 후 광화문광장 쪽으로 이뤄진 행진에는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등 전국 대학의 페미니즘 단체 소속 학생들 12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학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존재가 됐다며 이를 '마녀사냥'에 비유했다.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는 이성애중심주의, 남성중심주의, 1대1독점 관계로 정의된 '정상연애'를 거부하자는 선언도 있었다.
선언을 주도한 '프로젝트팀 탈연애선언' 측은 "정상연애 밖의 비독점적 연애관계, 비연애, 성소수자, 성판매 여성은 혐오받고 있다"며 "그러나 정상연애야말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 및 소수자의 섹슈얼리티를 구속하고 데이트폭력과 이별살인을 정당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규정된 연애 각본의 바깥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친밀성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남역 주변에서는 불꽃페미액션 등 페미니즘단체들이 모여 클럽 '버닝썬'으로 논란이 된 클럽 내 강간문화를 규탄하고 나서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온 25살 대학생 A씨는 대학에서 포스터를 보고 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 다니던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는데 이는 명백한 백래시(backlash)"라며 "학내 성폭력 해결에 힘써온 총여학생회가 없다는 건 문제라고 말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23살 남성 B씨는 자신을 '그레이로맨틱(연애감정을 거의 경험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소개하며 "이 행사는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들도 함께하는 성평등 집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 참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세계여성의날은 과거와 다르다는 건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올해는 2015년 이후 대중화된 페미니즘 물결로 새로 유입된 20~30대들이 행사에 다수 참석했다"며 "과거 기존 여성단체들 중심으로 이뤄졌던 때와 비교하면 다른 때보다 더 의미가 크다"고 봤다.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우리 사회 내 페미니즘의 외연이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이번 세계여성의날은 기성세대가 판을 깔고, 그 판 위에 새로운 세대들이 자신의 의제를 표출하고 표현하는 과정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세대와 조직 간 연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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