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朴心' 논란, 전대 컨벤션 효과 잠식
사면 필요성 본격 거론…여론 역풍 가능성
박근혜 극복 못하면 보수권 분열 부를 수도
실제로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을 거쳐 한동안 잠잠하던 '박근혜 그림자'는 당의 운명이 기로에 선 순간에 다시 등장했다. 보름 전에 끝난 전당대회(전대)가 대표적인 예다.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철 지난 '박심' 논란을 되살렸다. 진의를 따지기 쉽지 않은 불분명한 메시지였지만 전대 판세는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크게 출렁였다.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거물급 주자들도 '진박'(眞朴·진짜 친박) '배박'(背朴·배신한 친박) 논란을 벌여 난데없이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전당대회로 소환했다. '박근혜 전대'나 다름없다는 혹평까지 나오면서 전대 컨벤션 효과(주요 정치행사 직후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는 잠식됐다.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당의 중심에는 여전히 박근혜 그림자가 존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자,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해 "오래 구속돼 계시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 구속돼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직에 오른 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공론화 한 것은 처음이다.
같은 날 나경원 원내대표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형(刑)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께서 많이 공감하실 것 같다"며 "사면 문제는 결국 정치적인 어떤 때가 되면 논의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나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많은 사안이 소위 정치적으로 과하게 포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때가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박근혜 그림자가 '도로친박당', '도로탄핵당'으로 회귀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만큼 경계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하면서도 에둘러 촉구한 모양새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2년을 맞은 현 시점에 박근혜 그림자가 한편에 드리우고 있지만 당 내 전반적인 기류는 박근혜를 넘어야 한국당이 살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비박계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석방을 바라는 일부 의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당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지도부가 왜 박근혜 사면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지금은 사면을 논할 때가 아니다. 당이 반성하고 계속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1야당으로서 위상을 살려야 할 때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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