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상 6월초까지 가능하지만 그때까지 버티기는 힘들 듯
정부는 '불법' 규정…4일부터 시정명령 등 각종 조치 들어가
학부모 여론 형성에 따라 정부 강경 기조 탄력 받을 수 있어
일부선 "공감대 형성할수록 고통의 시간 줄어든다" 목소리도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11시 기준으로 전국 사립유치원들 중 개학 연기 365곳, 무응답 121곳으로 집계됐다.
유아교육법에는 유치원의 학년도는 3월1일부터 다음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에는 매 학년도를 두 학기로 나누되, 제1학기는 3월1일부터 유치원의 수업일수, 휴업일 및 교육과정 운영을 고려해 유치원의 장이 정한 날까지로 한다. 제2학기는 제1학기 종료일 다음 날로부터 다음해 2월 말일까지다.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180일 이상을 기준으로 원장이 정한다.
유아교육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부는 3월1일 개학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한유총은 개학일과 입학일은 다르며 입학일은 원장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유총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아교육법에서 정한 수업일수인 180일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이 수업일수 180일을 준수하려면 중간에 방학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마지노선은 6월10일이다. 같은 달 11일부터는 수업을 시작해야 2020년 2월말까지 수업일수 180일을 채울 수 있다. 유치원 개학일인 3월초를 기준으로 하면 약 100일 남았다.
그러나 실제로 한유총이 이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준법투쟁' 구호를 내세우는 한유총과 달리 교육당국은 한유총의 개학 연기가 불법이라고 규정한 상태다. 유아교육법 상 학사일정을 변경하려면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생략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당국은 4일부터 개학일을 연기한 유치원에 대해 시정명령과 행정처분을 실시하고 우선 감사에 들어간다. 사립유치원이 감사를 거부하면 즉각 형사고발조치를 취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한유총이 회원사에게 단체행동을 강요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여러 조치들을 예고하고 있고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원비 환불을 요청하고 유치원 이동이 이뤄지게 되면 지금같은 상황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유총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휴원 압박을 한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교육당국이 협상에 나서면서 실제 장기간 휴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취임 후 한유총의 수차례 면담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한유총의 입장이 확고하고 서로가 내세울 수 있는 방안은 대부분 다 내놓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여론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육아·보육 대란에 빠진 학부모들이 책임의 소재를 교육부에 돌리면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정부가 지금같은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한유총에게 묻는다면 정부도 지금처럼 강경한 대응을 이어나갈 수 있다. 학부모들의 원비 환불 요청과 유아 분산배치가 적절히 이뤄진다면 재정난에 빠지는 사립유치원들도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여론은 정부에 긍정적이다. 사립유치원 비리의혹 사태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져오면서 학부모들의 유치원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를 올해부터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진학시키는 경기도 부천의 황모(44)씨는 "교육으로 번 돈을 교육에 그대로 다시 쓰면 해결되는 문제 아니냐"며 "개학 직전에 무기한 연기를 들고나온 걸 보면 무능력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경기도 용인 수지구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학부모들도 "한유총은 내 아이로 거래하지 마라"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안보낸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는 "이번 개학 연기 사태는 분명한 한유총의 책임"이라며 "많은 학부모들이 공감대를 형성할수록 고통의 시간, 피해의 크기는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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