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당역에서 이날 낮 전용열차 탑승, 귀국 여정 시작
비핵화 협상에 몰두했으나 '하노이선언' 불발로 귀결
외교 일정만 최소한으로 수행하고 귀국 일정 앞당겨
'영변 폐기-제재 완화' 카드 물거품…고심 깊어질 듯
중국 시진핑과 후속 협의 위해 베이징 방문할 수도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영변 핵시설의 가치에 대해 현저히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계속될 수 있을지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일 낮 12시35분(한국시간 오후 2시30분)께 베트남 북부 랑선성에 있는 동당역에서 자신의 특별전용열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중국 대륙을 관통해 평양으로 향할 예정이다.
입국 때처럼 계속 기차를 타고 평양까지 간다면 김 위원장은 사흘 뒤인 5일께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 단둥~톈진~우한~난닝을 거쳐 지난달 26일 베트남에 왔다.
당시 김 위원장은 화려하게 하노이에 입성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65시간 열차 대장정 이벤트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이런 예상과 달리, 김 위원장은 베트남 방문 첫날 북한 대사관을 잠깐 방문한 뒤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호텔 안에서 비핵화 실무협상 결과를 보고받으며 회담 준비에 매진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첫날인 27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교만찬 외에 다른 공개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는 핵 담판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였다.
대신 김 위원장의 경제·외교 참모들이 관광도시인 하롱베이, 완성차 공장이 있는 하이퐁 등 인근 도시를 시찰했고, 김 위원장은 북미회담 이후 이곳들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 앞서 "훌륭한 결과를 확신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첫 회담보다 더 성공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만찬 분위기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더했다.
28일 오전 두 정상은 본격적인 핵 담판을 벌이기 위해 메트로폴호텔에 다시 모였다.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하노이 공동선언이 주목됐다.
그러나 북미 정상은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업무오찬과 공동서명식은 보류한 채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두 정상이 회담을 시작한 지 4시간30여분 만이었다.
양측은 대화 지속 의사를 밝혔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다음 실무협상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언급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김 위원장이 조미 거래에 의욕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비핵화 협상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부각시켰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하노이 정상회담이 이렇게 끝나자, 김 위원장의 이후 베트남 일정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외교 관례상 일정을 취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초 1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고, 이어 2일 오전에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 등을 면담한 뒤 오후에 귀국할 계획이었다.
이런 일정은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하나씩 앞으로 당겨졌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 면담 일정을 1일 오후에 모두 소화했다. 북한 지도자가 베트남을 방문하기는 54년 만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표정은 대체로 무거웠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북미회담 결렬에 따른 후속 협의를 하기 위해 베이징에 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하노이에서 보여주지 못한 경제 시찰 행보를 위해 중국의 대표적인 개혁·개방도시인 광저우 등을 둘러볼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중국에 머무른 뒤 항공편으로 갈아타고 북한으로 귀환할 여지도 있다. 베트남에 올 때는 이동 자체를 이벤트로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빈손 회담' 후 돌아가는 길에는 조용히 귀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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