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친분' 누차 강조했지만…회담은 결렬
'매파 중 매파' 볼턴 등장에 협상 적신호 켜져
업무오찬·공동서명식 없이 각자 숙소로 복귀
北 영변 폐기- 美 제재 완화 가격 맞추기 실패
그러나 두 정상은 28일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도 못한 채 헤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던 이번 회담이 왜 갑자기 결렬된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회담 첫 날인 27일 두 정상은 친교만찬 등을 함께 하며 140여분 동안 정담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차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언급했고, 어깨를 감싸거나 맞잡은 손을 두드리며 친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가 있었지만 우리는 잘 극복했다"고 화답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할 준비가 됐나"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북미회담 회의론과 관련해 "많이 노력해왔고, 이제는 그것을 보여줄 때가 돼서 이틀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담 결과에 확신이 있나"라는 물음에도 "예단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내 직감으로는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고 낙관적인 언급을 내놨다. 김 위원장의 이런 모습은 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앞서 백악관이 공개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수행원 명단에는 볼턴 보좌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이번 회담의 청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런데 공식 수행원이 아닌 볼턴 보좌관이 확대회담에 배석하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북측에서는 볼턴 보좌관 앞자리를 비워둔 채 회담을 진행했다. 적절한 카운터파트가 없기도 하지만, 미국 측에서 사전 공감대없이 볼턴 보좌관을 앉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불길한 전망은 점차 가시화됐다. 이날 오전 11시55분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업무오찬이 1시간 가까이 지연되면서다. 양측이 확대회담에서 이견을 크게 노출했기 때문에 회담이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기자들에게 "협상을 마치면 트럼프 대통령은 매리어트호텔에 되돌아 갈 것"이라며 오찬 보류를 알렸다.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4시에 하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2시간 앞당긴다는 공지가 나왔다. 오후 2시는 북미 정상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을 열기로 한 시간이었다. 결국 오후1시25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이번 하노이 핵 담판의 성패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꿀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북미는 영변과 제재의 가격을 다르게 매겼고, 협상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영변이 대규모 시설인 것이 분명하지만 영변의 해체만 가지고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북한의 경제적인 잠재력을 감안해 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를 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