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더 "차근차근 단계를 밝는 협상 방식"
아인혼 "비핵화 협상 기준 낮춘 것 아냐"
존슨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북한 비핵화의 출발점"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막바지 실무협상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가 정상회담 의제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을 언급한데 대해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백악관 국가안보 관련 고위 당국자는 기자단 컨퍼런스콜(전화 브리핑0에서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심을 둘 사안으로 ▲비핵화의 의미에 대한 공유된 이해를 진전시키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시키며, ▲최종적으로 로드맵을 향해 협력하는 것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협상은 정상 회담 이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자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 알파 즉 추가 조치’를 요구하던 미국 정부가 갑자기 ‘동결’이라는 발언을 한 것은 협상의 기대치(bar)를 낮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의 다음 협상 단계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개발과 생산 중단이다. 내가 보기에는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에) 충분히 합의 가능하다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협상 목표는 ‘비핵화’이다. 내 경험상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너무 빨리 완전한 합의를 하려고 하면 거의 실패한다. 따라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협상을 하면서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참여한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 역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이란 목표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기준을 낮춘 것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 ‘동결’에 관한 좋은 합의라면 북한 전역에서 모든 핵 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다. 비핵화 목표를 위한 중간 조치(interim step)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검증 가능한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존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 담당 국장도 22일 미국 워싱턴 DC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전망’ 토론회에서 "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능력과 핵무기 동결(freeze) 논의가 비록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북한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핵물질 동결은 1~2년이 아닌 수 년에 걸쳐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과거 성공적인 군축∙비확산 협정은 모두 매우 상세한 기술적인 사항을 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가 향후 대북 협상 대표단에 포함돼야 기술적인 사항을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이외에 ‘모든 핵 활동의 동결’이라는 추가 조치에 전혀 합의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보당국, 국제원자력기구,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계속해서 핵물질을 생산하고 핵무기와 미사일을 제조하고 있는데, 북미 정상회담 간 비핵화 회담을 불과 며칠 남겨두고 미국 고위관리가 북한과 비핵화에 관한 정의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는 것이다.
aer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