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지역 김정은 특별열차 통과 징후 포착
23일께 단둥 통과 가능성…단둥 경비도 강화 돼
4000여 ㎞ 여정…대내외 다목적 포석 깔았을 것
60년전 할아버지 김일성 모습 재현 우상화 일환
북중 관계, 북-베트남 관계 강화 발전 의지 피력
광저우 등 개발도시서 경제 시찰 이벤트도 가능
박격포 실은 방탄 열차…경호·안전 문제도 고려
'위장용' 열차일 가능성도…항공기 이동도 가능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의 중롄 호텔 현지 직원은 2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23일과 24일은 예약이 안 된다"면서 "방이 다 찼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25일부터는 숙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압록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이 호텔은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를 내려다볼 수 있다. 지난달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로 방중할 당시 보안 등의 문제로 투숙객의 예약을 받지 않았다. 호텔 측은 이번에도 당국으로부터 투숙객의 숙박을 받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1주일 전부터 조중우의교 주변의 경비가 전보다 강화됐다. 조중우의교 주변 공원에는 중국 공안의 차량이 구역마다 세워져 있지만, 다수의 공안이 활동하는 일은 지난해부터 많이 줄었다.
김 위원장이 25일께 하노이에 도착할 것이라는 관측대로라면 특별열차는 23일께 단둥을 지나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인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58년 베트남 방문 당시 열차를 이용해 베이징을 거쳐 광저우까지 열차로 이동한 후 하노이까지는 항공기편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김 주석을 연상케하는 행보를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다시 한번 60여 년 전 할아버지의 모습을 재현할 수도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열차로 가게 된다면 김일성 루트로 가게 될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자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2년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 당시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왕복 2만 여㎞를 24일에 걸쳐 오고갔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열차로 이동하게 된다면, '장거리 열차 여행'으로 상징되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외교사를 삼대(三代)가 모두 장식하게 된다.
아울러 열차로 갈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 등 대외 전략적인 문제도 함께 다룰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올 때든 갈 때든 중국을 어떤 식으로든 경유할 것 같다"며 "중국과의 관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고, 회담 전 시 주석과 만날 경우 미국 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어 회담 이후에나 만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또 열차로 이동할 경우 광저우 등 중국의 발전된 도시를 방문해 경제 시찰을 하는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앞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하노이에 가기 전 광저우를 경유했다.
이와 함께 경호상 편의와 신변 안전 목적 등에서 열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열차 이용의 첫 번째 목적은 최고지도자의 안전 문제"라며 "그동안 가장 많이 사용한 게 열차"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동선을 감추기 위해 열차를 연막 작전용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열차 이동거리와 시간이 만만치 않은 만큼, 항공기를 이용한 이동 가능성 역시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전용기인 참매 1호나 중국 측이 제공한 특별기 편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항공기를 함께 이용하는 방법 외에도 열차를 타고 중국을 지나 베트남 국경에서 차량으로 갈아타는 방법 등도 거론된다. 또 열차를 한 차례 편도로만 이용하고 항공기를 통해 복귀하는 방법도 있다.
ksj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