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전 '평양담판'…"김정은 의중 바로 확인가능"

기사등록 2019/02/05 12:21:48

비건 美대표, 6일 평양서 김혁철 만나 실무협상

"김정은 의중 반영한 합의문 초안 완성 가능성"

"北 실무협상에 무게…성과낼 수 있는 기회될 것"

美 국정연설과 일정 비슷…일정·장소 발표할듯

비건, 방북 준비 분주…오산 공군기지 등 거론

【평양=AP/뉴시스】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부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실무 준비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6월12일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2019.01.24.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미국 국무부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예고하면서,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특히 후속 실무협상 개최 장소가 당초 예상했던 판문점이 아닌 평양으로 낙점되면서, 북미 간 회담 합의문 초안 작성에 상당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 국무부는 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과 회담을 갖기 위해 오는 6일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양에서의 실무협상 개최는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미국 측이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평양에서 협상을 하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된 입장을 빠른 시간에 전달 받을 수 있어 실무협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간극을 좁히기 수월하다는 분석이다.

【워싱턴=AP/뉴시스】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 첫번째)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듀폰서클호텔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1.19.
또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 시간표를 고려했을 때, 실무협상의 평양 개최는 효율적인 의견 교환으로 합의문을 잡아가는 데 그만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 들어갔다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직보(직접 상부에 보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큰 틀에서 합의문 초안을 상당히 완성하기 위해서는 평양에 가서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의미가 아니겠냐"며 "북한 입장에서 놓고 보면 결국 비건을 불러들이는 것이니 모양새도 나쁘지 않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평양에서 회의를 할 때 비건 특별대표가 원하는 답을 북한이 상의해서 즉각 줄 수 있다"며 "여러 차례 대화보다 짧은 대화를 통해서 횟수를 줄여가면서 성과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빨간원)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차량을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2019.02.04.suncho21@newsis.com
아울러 지난해 판문점이나 회담 개최지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실무협상이 이번에는 평양에서 열리게 되면서 북한이 이번 협상을 상당히 비중있게 생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의미있는 진전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실무협상에 무게를 상당히 뒀다고 봐야된다"며 "북한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나 고위급 관료들을 불러 직접 지도자와 만날 기회도 만들었지만, 이번처럼 북한이 실무협상을 불러들인 경우가 없었다"고 밝혔다.

홍 실장은 "회담이 풀리는 수준에 따라서는 (비건 특별대표가) 다양한 인사들을 만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비건과의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평양 방문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김 위원장을 직접 접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비핵화 실무협상자인 비건 대표가 김 위원장을 만날 경우 북한의 의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청와대 본관 귀빈대기실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9.02.04.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다만 비건 특별대표가 우리 측에서도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사전 조율을 한 만큼, 북측에서도 지난달 워싱턴D.C.에 방문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 정도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제기된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 발표 역시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시간 6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정연설이나 그 직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무협상이 6일로 확정되면서 협상 내용 자체가 국정연설에 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슷한 시간에 국정연설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날짜와 장소가 발표되면 북미 간에 정상회담 경호 및 의전과 관련된 실무협상도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최지는 현재 베트남 다낭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을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빨간 원)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탑승한 차량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을 나서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6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와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항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9.02.05.ohjt@newsis.com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9시35분께 차량을 타고 서울 시내 모처로 이동했다. 비건 대표는 특별한 공식 일정을 수행하지 않고 방북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 루트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진 바 없다. 오산 공군기지에서 군용기를 통해 이동하는 방안이나 베이징을 경유해 고려항공를 이용하는 방안, 판문점이나 제3의 장소에서 헬기를 이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밖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주일미군 요코타 기지에서 전용기에 탑승해 평양을 방북한 적이 있어 요코타 기지에서 항공기가 지원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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