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이틀간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구매 확대 등에서는 공감을 이뤘지만 여전히 중국의 산업정책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는 의견차가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월 말 정상회담을 열고 최종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 대표단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지휘하는 중국 대표단은 30~3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진행했다.
백악관은 회의 종료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 이틀 동안 미국과 중국의 고위 고나료들은 양국 경제 관계를 놓고 격렬하고 생산적인 협상을 벌였다"며 "미국은 류 부총리와 그의 팀이 회의 내내 보여준 준비성과 근면성,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강제 기술 이전 압력 ▲중국내 지식재산권 보호 및 시행 강화의 필요성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미국 사유재산에 대한 중국 측의 사이버 탈취 ▲보조금과 국영기업 등 시장 교란(왜곡)을 일으키는 불공정 사례 ▲미국의 제품과 서비스 및 농업의 중국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장벽과 관세 제거의 필요성 ▲미중 무역거래에서 통화(currencies)의 역할 등 7가지 주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일부 합의 사항도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화통신은 1일 “양측은 무역협상, 기술이전, 지재권, 실행체제 등 공동 관심사 및 중국의 관심사에 초점을 두고 진실되고 구체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면서 "양측은 중요한 단계적 진전을 달성했고 향후 협상의 시간표와 로드맵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양측이 지재권과 기술이전 문제를 고도로 중요시하며 향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공정경쟁의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중국의 개혁개방의 큰 방향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 측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의 추가 구매 의사를 밝혔고, 제조업과 금융서비스업 부문에서 더 많은 미국 자본을 유치하겠다고 제안했다.
류 부총리는 협상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미국산 콩 500만t을 추가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농부들이 매우 행복할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미국 측 관계자들은 여전히 중국의 산업정책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의견차가 크다고 전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구조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서도 최종 합의는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중국의 '메이드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를 비롯해 산업정책 전반을 개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도 꾸준히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급격한 변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류 부총리는 이날 면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서한에서 시 주석은 2월 말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 하이난성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이 협상 시한인 3월1일 전 극적인 타결을 위해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CNBC는 양측 관계자들이 2월 말 정상회담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류 부총리를 만나 "나는 시 주석과 이른 시일내 만나고, 양국이 무역 합의를 달성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지켜볼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국은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정상회담 전까지 꾸준히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추가 협상을 위해 2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