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속 공장 해외 이전 대신 임금 낮추고 일자리 창출
노사 협력으로 생산성 늘리고 실적 개선하며 위기 극복한 예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광주광역시가 4년 7개월 동안 추진해왔던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가 마침내 합의점에 다다랐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30일 노사민정(勞使民政) 협의회를 열고 현대자동차와 합의한 최종 협상안을 의결했다고 31일 밝혔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이날 오후 투자협약식을 열 예정이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함께 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지자체가 자동차 기업과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자동차 공장을 설립·운영하는 것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이 낮은 임금 수준의 공장을 만들고 지자체가 기반시설과 복리·후생 비용 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현대차는 협의 단계부터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을 모델로 삼으며 반값 임금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해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기 침체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공장의 생산량이 약 40% 줄어들고 고용 역시 약 16% 감소하면서 폭스바겐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폭스바겐은 1999년 노조에 독립법인을 만들어 임금을 낮추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당시 폭스바겐이 실업자 50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대가로 제시했던 급여는 5000마르크(한화 약 300만원)로 이는 본사 생산직 급여의 80% 수준이었다.
노조는 다시 한 번 반발했지만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설득에 결국 이를 수용했고 아우토 5000은 2001년 독립자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폭스바겐은 미니밴 '투어란'을 비롯해 새로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폭스바겐의 인기 모델 중 하나로 자리잡은 '티구안'을 제작하며 실적을 개선해나갔고, 경제 위기가 끝난 2009년 폭스바겐 자회사로 다시 통합됐다.
아우토 5000 프로젝트는 단순히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사실에 더해 노사가 적극 소통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갔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노사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좋은 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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