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유의 안 좋은 평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팬들은 앞장서서 대변한다. 박보검도 이를 알고 있는 듯 했다.
tvN 종영극 ‘남자친구’로 처음 연기력 논란을 마주한 박보검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 “선배들과 연기하며 많이 배웠다”는 말을 반복했다.
‘남자친구’는 한 번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차수현’(송혜교)과 자유롭고 맑은 영혼 ‘김진혁’(박보검)의 로맨스를 담았다.
‘김진혁’은 박보검이 아니면 누가 했을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았다. 하지만 일각에서 ‘남성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세 연상 ‘송혜교와 호흡이 어색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케미가 없었느냐?”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작가, 감독님과 의논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초반에는 청년 ‘김진혁’의 순수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차수현’ 대표님을 만난 뒤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고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진혁’이 사랑의 아픔 등을 겪으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송혜교 선배가 캐릭터를 워낙 잘 표현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부분도 인정한다.”
소속사 선배 송중기(34)의 부인인 송혜교와 로맨스 연기가 신경 쓰이지는 않았을까. ‘상대역이 송혜교인 걸 알았을 때 느낌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대본을 읽어보니 선배 목소리가 들렸다”며 “첫 리딩 때도 진짜 ‘차수현’ 대표 같아서 신기했다”고 답했다. “연기하면서 전혀 중기 형이 떠오르지 않았다. 형수님과 로맨스가 아니니까”라며 “‘김진혁’과 ‘차수현’의 로맨스라서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했다”고 확인했다.
박보검은 어느덧 20대 중반이 됐지만 여전히 싱그러운 매력을 드러낸다. 순수청년 ‘김진혁’ 그 자체다. ‘차수현’이 ‘김진혁’에게 “청포도 같다”고 한 대사도 화제를 모았다. 박보검은 “신선했다”면서 “청포도에 비유한 캐릭터는 없지 않았느냐. ‘김진혁’과 청포도가 대칭이 잘 되더라. 싱그럽고 달콤한 느낌이 든다. 처음에 떫지만 씹다 보면 달콤하다. ‘진혁’도 겉으로는 유순해 보이지만, 저돌적인 모습도 있다. 적포도나 건포도에 비유했으면 이상했을 것 같다”며 웃었다.
2회는 10.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최고 시청률을 찍었지만, 마지막회인 16회까지 7~8%대에 머물렀다. “배우, 스태프 모두 시청률은 신경 쓰지 않았다”며 “제작발표회 때도 ‘숫자에 연연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조금이나마 시청자들을 위로해주고 편안하게 감싸준 것 같아서 기쁘다”는 자세다.
“뮤지컬, 음악 등 연기 외 색다른 분야를 배우는 즐거움이 크다. 대학 진학할 때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현장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크다’고 하더라. 학생으로서 본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 데뷔한 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학교, 단체 생활을 많이 경험하지 못해 아쉽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더라. 감사하게도 난 학교생활을 알차게 보냈고, 이 추억이 소중하다. 지금도 동기들과 연락한다. 대학원도 작곡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들어갔다. 3월에 복학해 또 열심히 공부할거다.”
박보검은 모든 질문에 모범답변을 내놓았다. 일부러 바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박보검의 진짜 사랑이야기도 궁금했다. 왠지 연애도 ‘책으로 배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다. 노래, 책, 영화 등을 볼 때도 인물의 감정선을 잘 따라간다. ‘남자친구’ 대본을 읽을 때도 ‘진혁’의 상황이 쉽게 이해됐다. (실제 경험을 떠올리기보다) 연기하는 순간에 집중하는 편이다. 실제로 ‘진혁’과 같은 상황이라면 부모님의 말씀을 따르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자기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서로가 축복해주는 만남이 행복할 것 같다. 연애는 안 하느냐고? 개인적인 사랑은 조용히 그리고 아주 조심히 찾아 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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