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에서 타결까지' 광주형 일자리 4년7개월의 발자취

기사등록 2019/01/30 17:55:39 최종수정 2019/01/30 20:00:53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30일 오후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협의회는 그동안 현대차와 대립했던 '임단협 5년 유예' 조항을 보완, 도출한 광주형 일자리 잠정 합의안에 심의·의결한다. 2019.01.30.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노·사·민·정 4자(者) 대타협을 기본정신으로 한 '광주형 일자리'의 첫 번째 모델인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30일 최종 타결됐다.

 임금 및 단체협약 5년 유예조건이 끝내 발목을 잡으면서 좌초 위기에 놓였던 협상 분위기는 광주시의 새판짜기와 오랜 물밑 협상, 현대차의 통 큰 결정에 힘입어 타결로 급선회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시작점은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자리문제가 사회적 관심사이던 시기,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연봉 4000만원, 일자리 1만 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사회적, 경제적 화두로 급부상했다.

 경영난에 빠진 독일 폭스바겐 노사가 대타협을 통해 기존 임금보다 20% 낮은 월급을 지급하는 공장을 만든 뒤 5000명을 채용하는 프로젝트를 적용해 2002년부터 7년 간 성공리에 운영된 뒤 2009년 아우토5000 노동자들이 폭스바겐의 정직원으로 편입된 것을 벤치마킹했고, 당선 이후 광주형 일자리를 시정의 최우선가치로 삼으면서 '뜬구름'으로 여겨지던 광주형 일자리는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사회통합추진단과 자동차밸리추진위원회가 속속 출범하면서 대내외적 추진 동력을 마련했고, 이듬해인 2015년 국책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이 연구용역을 통해 주 40시간 근무에 초임연봉 4000만원의 '질 좋은 일자리'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광주형 일자리의 꿈이 영글기 시작했다.

 2016년 설치된 더좋은 일자리위원회와 같은 해 제정된 운영 조례, 자동차 100만대 사업 국가사업화, 2017년 광주형 일자리 촉진 조례와 기초협약서는 광주발(發) 혁신 일자리의 소중한 밀알이 됐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것은 화룡점정이 됐고,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지역 노동계가 큰 뜻에 공감하고 동참키로 한 것은 더 없는 호재가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노동계 일각의 '초대장'에 처음으로 '응답'한 것은 글로벌 카메이커인 현대자동차. 수 개월의 물밑 논의 끝에 현대차가 지난해 6월1일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현대발(發) 광주형 일자리'는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이 바뀌는 '시장갈이' 시기에 이뤄진 투자 의향은 민선7기 이용섭 시장 취임 전후로 도시철도 2호선과 함께 양대 현안으로 떠올랐으나 밀도있는 행정에도 불구, 현대차 투자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 현직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6월19일 열릴 예정이던 투자 조인식은 독소조항인 임단협 유예조건이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노동계이 거센 반발로 행사 전날 전격 취소됐다.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저임금 하청근로자' '나쁜 일자리' 등을 이유로 대화 테이블에서 빠진 가운데 우호적이던 한국노총마저 제1, 2대 주주인 광주시와 현대차의 '노동계 패싱'과 소통 부재, 여기에 광주형 일자리의 4대 의제인 적정 임금, 적정 근로시간, 원하청 관계 개선, 노사 책임경영에 대한 논의 부족 등을 문제삼으면서 파열음은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됐다.

 급기야 지난해 9월 한국노총이 광주시 노사민정 불참을 전격 선언하면서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노동계 반발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 움직임과 맞물려 극에 달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경제단체 등이 구원 등판에 나서고, 초당적 지원까지 약속하고 광주시가 '8월 마무리', '찬바람 불기 전', '10월말 골든타임' '11월15일 데드라인', '예산국회 전' 등으로 시한을 정해 압박했으나 "실적 악화로 마른 걸레라도 짜야 할 상황이고, 노동계 반발도 부담스럽다"며 현대차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광주시 중심의 원탁회의와 투자유치단까지 꾸려졌고 지역 노동계가 협상 전권을 광주시에 위임하는 마지막 카드까지 제시했지만 "중복 투자"와 "과잉 생산"이라는 노동계 반발은 지속됐고, 소지역주의가 고개를 드는 동안 현대차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에 이 시장이 전면에 나서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 집권 여당이 다시금 예산 등을 빌미로 협상 타결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와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초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고 같은 달 6일 최종 조인식을 앞뒀으나 이번에도 5년 임단협 유예로 읽힐 수 있는 독소조항이 발목을 잡으면서 대통령 참석 투자조인식은 두 번 연속 하루 전날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광주형 일자리는 잇단 악재로 좌초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으나 이 시장이 투자단장을 맡고 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자인 박병규 전 경제부시장이 2급 상당 일자리 특보로 전격 영입되는 등 새판짜기가 이뤄지고, 정부가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착공 인허가를 결정하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일자리 창출에 공감한 현대차의 전향적 결정이 더해지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4년7개월만에 첫 성과를 내게 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는 노(勞)와 사(使), 행정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만들어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게 기본 취지"라며 "광주가 국내 노사관계와 일자리 정책에 새로운 지평선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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