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결권 행사는 경영참여 주주권 아냐
"자칫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비칠 우려 있어"
반대 의결권 행사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포함되는 건 아니지만,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칫 주주권 행사로 비칠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수탁위 내부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일부 위원 요구로 열린 29일 주주권 행사 분과위원회 이후 보도자료에서 ▲국민연금과 대한항공·한진칼 경영진 간 비공개 면담 결과 ▲단기매매차익 추정치 등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비공개 면담 내용에 대해서도 전문위원회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대한항공·한진칼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설치, 내부통제 강화 등 한진그룹의 경영투명성 및 소통 강화를 위한 조치를 설명했다"고만 했다.
지난 23일 첫 회의가 열린 지 엿새 만에 제2차 전문위원회가 열리자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토록 의견을 낼 것인지에 주목했다. 내년 3월이면 조양호 이사의 임기가 끝나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선 1차 회의에서 전문위원들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와 달리, 조양호 대표이사 재선임에 대해선 다수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단순한 이사 재선임 반대 의결권 행사는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엔 해당하지 않는다. 과거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과도한 연임에 대해 반대 뜻을 표한 바도 있다.
전문위원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는 임원 선임·해임이나 직무 정지, 이사회 정관 변경, 자본금 변경, 배당 결정, 회사 합병·분할·분할합병,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 회사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주제안이나 주주총회소집요구 등만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은 "1차 회의에서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이 안건으로 올라오면 국민연금이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재선임 안건이 주주총회에 올라오지 않은 데다 전문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리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했다고 비쳐질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는 반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조심하는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사 연임 안건이 논의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결권 행사 여부는 2차 회의를 통해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대 의결권 행사가 경영참여 주주권은 아니지만 주주권 행사로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제2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lim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