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과일·햄 한 바구니가 22만원 이상…경제난 심각
28일(현지시간) CNN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 풍경에 대해 '불탄 경찰서', '뒤집힌 차', '빵을 위해 늘어선 줄' 등으로 표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현직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 두 대통령 체제가 표면화된 지난주부터 지역주민들은 매일 경찰과 충돌하고 있으며, 일부 군은 민가를 습격해 주민들을 잡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베네수엘라가 두 명의 대통령으로 갈라지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과이도를, 러시아와 중국 등은 마두로를 지지하는 등 양분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굶주림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극심한 물가상승에 따른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물, 치즈, 햄, 과일 등이 담긴 한 바구니가 200달러(약 22만4000원)에 이를 정도다.
특히 식료품에 대해 희귀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반 슈퍼마켓뿐 아니라 일부 고급 슈퍼마켓에서 조차 도둑질이 수차례 발생, 쇼핑객들의 소지품을 의무적으로 검사하는 실정이다.
한 지역민은 "사람들은 쌀, 밀가루, 식수를 얻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있다"며 "지금 베네수엘라 상황은 정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일부 여성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판매하는 등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배고픈 아이들은 부촌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거리를 찾았다. 6~7명 무리를 지어 쓰레기를 뒤지던 한 아이는 CNN에 "가족들이 모두 굶고 있어 먹을거리를 찾으러 나왔다"며 "닭껍질 하나를 찾아 집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는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한다면 플라스틱 칼을 휘둘렀다. 그는 "지난해 7월 소리 소문 없이 동생이 사라졌고, 시체가 강에서 떠올랐다"고 말했다.
군부는 마두로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지만 내부에서는 불안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익명의 한 군인은 "윗선에 대한 병사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린 매달 1달러30센트의 월급을 받는다. 이 돈으로 닭 한 마리를 사면 난 한 달 내내 굶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군인들도 마두로 반대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군인은 "국제사회의 도움이 있다면 군인들의 일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시위대를 향한 상부의 발포 명령이 떨어질 경우 따르겠느냐는 질문에 "하지 않겠다"며 "시위대 안에는 내 가족도 있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 모든 국민들이 겪는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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