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폐원으로 실업자 전락 교사들 어쩌나…교육당국 '나몰라라'

기사등록 2019/01/29 06:00:00

116개 유치원 문 닫는데 실업 교사 규모도 파악 못해

사립 재취업 어려워…"임용고사 통과하면 경력 인정"

노량진서 임용 고사 준비하는 10년차 교사들 수두룩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감사 결과 실명공개 후 폐원을 신청한 충북 청주 은성유치원이 31일 긴급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해 학부모들이 유치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은성유치원은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한 채 학부모설명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2018.10.31 in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사립유치원이 무더기 폐원을 추진하면서 해당 유치원 교사들은 고스란히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해당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이들은 대부분 다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옮기고 있지만 교사는 교육당국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29일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교육부나 일선 시도교육청은 현재 국공립유치원 교사수급은 적극 논의 중이지만, 사립유치원 교사 문제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유아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일자리를 잃는 사립유치원 교사 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으며,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까지 폐원을 추진한 유치원 116곳 면면을 살펴보면 경영 악화로 문 닫은 곳이 상당하지만, 이번 회계비리 사태 이후 운영 의지를 잃고 폐원을 추진한 원장이나 설립자도 적지 않다. 갑작스레 실업자가 된 교사들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학부모 모임인 '유치원 무단폐원 119'에서는 폐원으로 일자리를 잃는 유치원 교사들의 재취업 알선,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은 고용보험이 아닌 사학연금 가입 대상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등의 불이익이 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법정 초과근로수당(연장·야간·휴일 근무)도 받지 못하는 유치원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현재 국공립유치원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 신규임용을 통해 정규 교사를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기간제 교사가 될 수 있지만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교육당국 차원에서 채용을 자제하는 추세다. 제한적으로 휴직을 대체하는 기간제 교사로는 채용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자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용고시에 합격하는 것이다. 실제 경력직은 제한이 없고, 사립유치원 교사로서 경력이 있는 이가 국공립유치원 임용고사를 통과할 경우 호봉이나 승진요건으로 경력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막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과 경쟁해야 하며, 언제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부담이 따른다.
 
이 때문에 경력 1~3년차 교사부터 10년이 넘는 교사까지 노량진 학원가에 몰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공립유치원 교사 임용시험 준비생은 "올해 9월 증원되는 유치원 신·증설에 대비해 상반기 중 추가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라 일반 사립유치원 교사들까지 사표를 내고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립학교 폐교 시 해당 학교 교사들을 국공립학교 교사로 채용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내세우며, 유치원에 대해서도 같은 사례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사립학교 교사를 교육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사립학교 근무경력이 3년이상인 자, 또는 폐교·폐과나 학급감축으로 퇴직했거나 과원이 되는 교사를 국공립학교 교사로 임용할 수 있게 했다.

실제 지난해 무단폐교 논란이 일었던 서울 은혜초등학교의 경우 해고된 교사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교육청에 국공립학교 교사로 전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에서 사립학교 교사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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