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이션 없어 주전 선수들 체력 저하
한국은 25일 오후 10시(한국시간) 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1960년 이후 59년 만의 정상을 바라봤지만 복병 카타르에게 덜미를 잡히며 준결승 조차 밟지 못했다.
한국처럼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한 달에 가까운 장기전이라는 생각으로 아시안컵에 임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대 7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해당 내용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선수기용으로 조기 탈락을 자초했다. 심지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도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으나 벤투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회 내내 선발 명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경고 누적으로 빠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벤투 감독이 손을 댄 포지션은 김진수(전북)와 홍철(수원)을 번갈아 기용했던 왼쪽 측면 수비가 유일하다. 약팀을 만날 때나, 16강 진출이 확정됐을 때나 늘 쓰는 선수만 썼다. 마치 소집 후 1~2경기만 치르는 평가전을 보는 듯 했다.
이는 선수들의 빠른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갖지 못한 선수들은 정작 중요한 토너먼트에서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했다.
중국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을 길게 뛰게 한 것은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지난 14일 UAE에 입성한 손흥민은 이틀 뒤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선발 출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90분을 소화한 뒤 불과 사흘 만이었다. 손흥민의 중국전 출전 시간은 무려 89분이나 됐다. 사실상 풀타임이나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탈락이 확정된 후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을 정말 꺼려하는데, 대표팀 와서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경기장에서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였다. 팀이 거는 기대감이 크고, 내가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체력 문제 겹치니 너무 못했다.”
여기에 변함없는 전술과 뻔한 교체 카드 사용, 파상 공세가 필요한 시기에서의 무의미한 빌드업 등도 실망스러운 성적의 원인이 됐다. 벤투 감독의 고집이 불러온 결말은 비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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