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한 러시아 고용주가 극동지역에서 고용 중인 200여명의 북한 근로자 가운데 50명을 아브하즈 자치공화국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2017년 12월 이후 새 북한 노동자들을 신규 고용할 수 없으며, 기존에 고용한 근로자들도 올해 말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아브하즈는 러시아의 지지를 받지만,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대북 제재 결의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유리 디아코프라는 이름의 이 사업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과의 사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 고용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아브하즈 호텔 건축 현장 등에서 북한 근로자 50명을 계속 일하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머지 북한 근로자들은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본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디아코프와 같은 일부 러시아 고용주 및 한국 동포들은 안보리 결의가 허용하는 기한까지 최대한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싶어하며, 러시아 정부에 제재결의 참여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중국과 함께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함으로써, 러시아의 경제가 타격을 입고 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아코프는 "그들(북한)의 정권이 무엇이던 이들은 내 친구들"이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대북 제재 동참)은 배신이다"라고 말했다. 디아코프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소련 군인으로 참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WSJ은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참여했지만, 이를 법률로 명확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기업인들이 대북제재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서구 외교관들은 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행이 과도하게 자유롭다고 지적하며, 북한이 러시아에서 계속해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도록 일부러 느슨하게 운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러시아 세관 당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은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금지 품목인 가스 콘덴세이트를 100만달러 어치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러시아 중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의류업체를 운용하는 말비나 갈리치나라는 러시아 사업가도 북한 노동자들이 계속 일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안보리 결의가 허용한 기한 내에 이들을 돌려보낼 것이라고 했다.
갈리치나는 "일 잘하는 러시아 근로자를 찾기가 힘들다"며 "북한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하고, 병가도 내지도 않고 술도 안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몇몇 북한 근로자들은 비자 연장이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
WSJ은 디야코프와 갈리치아 외에도 북한과 관계가 있는 많은 러시아 사업주들은 북한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 정부 간 대화로 대북 제재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는 1만 3000여명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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