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도착 4시간 전부터 장사진…사다리도 동원
카메라 들고 뛰어가다 일반 승객들과 부딪히기도
항공사, 티켓 예약부도 수수료 20만원 추가 부과
양 공사는 별다른 대책 못 내놔…"이들도 이용객"
'대리찍사'까지 활개…아이돌 1명당 3~5만원 받아
국내 항공사들은 스타들과 함께 출국할 것처럼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이륙 직전 취소하는 예약부도 상황에 대비해 위약금 수수료를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김포·인천공항을 운영하는 한국·인천공항공사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김포·인천공항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해외로 출국하거나 입국하는 아이돌 그룹 및 연예인은 하루 평균 2개팀, 많을 때는 10개팀도 넘는다.
이에 따라 공항에는 연예인의 출입국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몰려든 극성팬들로 북적인다. 이들은 연예인이 도착하기 4시간 전부터 알루미늄으로 된 사다리를 출국장과 입국장에 세워 놓고 자리 다툼을 벌인다. 최적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5단 사다리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연예인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면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연예인 보다 앞질러 공항 밖 도로에서 터미널로 뛰어 들어가게 된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일반 승객들과 부딪치는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급기야 일부 도를 넘어선 극성팬들은 연예인들과 같은 비행기로 출국하겠다며 티켓을 끊었다가 이륙 직전 취소하는 예약부도 사례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월부터 허위 출국수속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예약부도 위약금을 현행 10만원 안팎에서 20만원을 추가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제재해야 할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측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 공항 측은 공공시설물에 있어서 극성팬들도 이용객으로 볼 수 밖에 없어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극성팬들을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으나, 이들이 공항 내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문제되는 사건이 접수될 경우 공항경찰단과 협의해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해 9월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극성 아이돌 팬들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잇따르자 심각성에 동감하고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 매체의 한 선임급 사진기자는 "예전의 스타들의 순수한 모습을 취재했던 공항패션이 연예인들의 촬영 협찬(PPL) 광고로 전락했다"면서 "지금의 공항패션이 뉴스로서 가치가 있는 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공항은) 극성팬들과 다국적 기자들이 뒤섞이면서 공항을 이용하는 일반 승객들과 부딪치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POP과 한류 컨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국과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권 언론들은 한국으로 유학 온 자국 학생들을 프리랜서 기자로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해외 언론들은 앞다퉈 스타들의 이미지 저작권을 스스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예인을 팬을 가장한 일명 '대리찍사'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4~5명이 그룹을 만들어 연예인들의 모습을 다각도로 촬영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연예인의 일정 등을 알려주고 팬들로부터 예약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맴버 1명당 3만원에서 5만원의 가격을 받고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관계자는 "공항 현장에서 국내 취재진들은 일반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안하무인 격의 극성팬과 대리찍사들로 인해 이용객들의 안전은 등한시 되고 있어 경찰과 공항공사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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