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행정 처리·관리단체 지정 논의 탓
국가대표·각급 훈련단 합숙훈련 최소화
스포츠인권개선 TF 구성하고 전수조사 실시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는 14일 서울 송파구 빙상연맹 사무국에서 회의를 열고 최근 불거진 조 전 코치 성폭행 혐의와 관련,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빙상연맹 관리위원회 회의에서 가장 먼저 안건에 오른 것은 조 전 코치의 영구제명 징계 확정 절차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한 달 여 앞둔 지난해 1월16일 심석희가 선수촌을 이탈하면서 조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빙상연맹은 같은 달 25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조 전 코치를 영구제명 처분했다.하지만 이 징계는 실효가 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5월 빙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 전 코치의 징계를 재심의하라고 했다. 특정감사 결과 빙상연맹이 규정상 '9명 이상 15명 이하'로 구성·운영하게 돼 있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2017년 5월부터 8명으로 운영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 조사도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빙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이 논의되면서 조 전 코치 징계 재심의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빙상연맹 관리위원회가 구성된 지난해 10월 이후에도 다른 안건을 논의하느라 조 전 코치의 징계 재심의는 징계 결정 1년 만에 이뤄지게 됐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관리단체 지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행부를 구성해 재심의를 하면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빙상연맹 관리단체 지정이 7월에 논의됐다가 9월까지 미뤄지면서 재심의도 미뤄졌다"며 "이후에는 현안을 먼저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연맹 관리위원회에서 마침내 조 전 코치의 징계가 확정됐다. 김영규 관리위원장은 "조 전 코치에 대해 법원에서 폭력 사건 유죄 판결을 내렸고, 영구제명 징계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연맹 관계자는 "조 전 코치가 사실상 징계 상태였으며 이번에 절차상의 문제를 보완할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빙상연맹 관리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폭행·성폭행 사태와 관련한 후속 대책도 논의했다. 성폭력·폭력 등으로 징계를 받은 사람이 해외에서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도록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규정 개정을 제안하기로 했다. 실제로 조 전 코치는 영구제명 징계를 받은 후 중국에서 지도자 활동을 하려고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폭력과 성폭력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합숙훈련을 최소화한다. 국가대표뿐 아니라 각급 훈련단 합숙훈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계 훈련은 합동훈련으로 하기로 했다. 또 여성 지도자와 여성 심리 상담사를 포함하기로 했다.
법조계·여성계와 인권 전문가 등 중립적인 인사로 스포츠인권개선 TF팀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 기관과 협력해 빙상계 전수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성폭력·성희롱 뿐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람의 참여를 제한하는 등 징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선수와 지도자, 심판, 임원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대상을 넓혀 스포츠인권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빙상연맹 관리위원회는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 빙상계 전반에 걸쳐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김영규 관리위원장은 "조 전 코치 성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말로 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심석희 선수 본인과 가족,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한다"며 "빙상계 폭력 행위와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태에 깊이 통감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빙상연맹 관리위원회는 "심석희가 국가대표 훈련 기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등록 선수 모두가 상처받거나 희생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모색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노력하겠다. 빙상연맹이 궁극적으로 쇄신하고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jinxij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