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노정관계 해법은…"최저임금 정치논리 아닌 시스템적 접근 필요"

기사등록 2019/01/09 17:01:22

민노총, 총파업 검토...한노총, 최임위 선에서 대응 '온도차'

고용부 물밑 접촉 나설 듯…"여러 루트로 노동계 설득할 것"

이병훈 교수 "급할수록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 거칠 필요"

권혁 교수 "시스템 고착화 해 중립성 보장하고 노사 설득해야"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놓고 연초부터 노동계와 정부 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정권 출범 이후 노동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노동개혁을 추진해왔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불통을 문제삼고 있다. 이 때문에 노정 간에 깨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아닌 향후 100년을 내다보고 객관성과 독립성을 담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에 노정이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다음달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 계획을 내고 오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달 중 최저임금 제도 추가 개악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시도가 분명하게 제기되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불사해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도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워크숍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만 가지고 총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탄력근로 단위 기간 확대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 3가지 현안을 묶어서 총파업을 결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폐기에 이어 경영계가 요구해온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문재인 정부의 반(反) 노동정책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노사 간 협의를 거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했던 것과 달리 이번 사안은 먼저 입장을 정하고 공론화 시켜나가는 식으로 진행하면서 노동계 반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만 해도 민주노총 내부에서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부 정책의 변화를 견제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상황이 급변하면서 민주노총 내에서 대화 논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며 노정 관계가 연초부터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2020년 4월 총선을 대비한 연대를 조직하고 올해 본격적으로 대응계획을 세우겠다면서 사실상 정부 여당을 협박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2020년 총선에 대비해 농민, 비정규직, 학생, 청년, 여성 등 대안 주체들과 함께 대응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가칭 '모든 을을 위한 범국민적 연대'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한국노총도 가세하고 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이 포함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악 법률 처리 강행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의 의견수렴 일정을 거부하는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노총 이성경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춰야 경제가 살아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양대 노총이 힘을 합쳐서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강력하게 막고 최임위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노총은 투쟁 수위를 민주노총 수준으로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무총장은 "이 안(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가지고 투쟁할 계획은 없고, 앞으로 최저임금위에서 자체적으로 어떻게 투쟁 방향을 설정할지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도 지난 8일 저녁 가진 신년 간담회에서 "(정부와) 전면적으로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협상만 할 수도 없는 상태”라며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곡소리만 내서 관철할 수 있는 사회는 아니다"라면서 "싸울 때는 싸우고 타협할 때는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안경덕 노동정책실장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설득해서 논의에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노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나 정부도 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며 "깨진 신뢰관계를 다시 쌓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2월 국회 입법 과정에서 탄력근로제와 함께 이 문제를 밀어붙이면서 노동계를 달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이나 전교조 합법화 등을 꺼내지 않겠나 예상한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회적 대화 채널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복원 가능성이다. 민주노총이 9일 공식적으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 참여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찬성 의결할 경우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경사노위 대화 채널이 가동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정부도 오죽 갑갑했으면 이렇게 할까 라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적용 과정에서 또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급할수록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를 해서 타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정치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속도조절론과 마침 매치가 됐기 때문에 노동계가 오해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선 문제를 노사 이익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최저임금 제도가 지향해야 하는 바는 정권의 성격과 관계 없이 최저임금에 관한 예측가능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표피만 바꾸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시스템으로 고착화 될 수 있도록 해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럼 점에서 노사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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