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모인 복지부 장관과 의사들 "의료인 폭행 막아야"

기사등록 2019/01/02 20:34:41 최종수정 2019/01/02 20:46:15

박능후 장관, 조문 후 대한의협 측과 간담회

"처벌 강화·사전 예방 위한 체계적 실태조사"

"법·제도적 노력할 것…필요시 국회 통해서도"

최대집 의협 회장 "다음주부터 집중적 대응"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2일 오후 종로구 적십자병원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물통을 잡은 이)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 박 장관과 마주보고 있는 이) 등 대한의협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9.01.02.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의료진 위협에 대한 폭력 예방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 차려진 고(故) 임세원(47) 강북삼성병원 정신과학의학과 교수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장관은 조문 후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 의료계 관계자들과 약 20여분 간담회를 갖고 "(의료인 폭행 등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겠다"면서 "그 전에 사전에 어떻게 예방할 수 있고 그 비용은 어떻게 분담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응급의료법 외 국회 계류 중인 법안들은 모두 사후 처벌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사고에 대한) 예방(대안)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개인병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에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계 전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처벌 강화는 국회에 맡기고 우리는 예방을 강조해 미리 막을 수 있는 방법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조문을 와 보니 돌아가신 고인의 동생이 제가 가르친 제자이기도 하다"며 "무엇보다도 유족들과 의료현장에 계신 의료진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깊은 유감을 표하며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고 그 방법이 있다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국회를 통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히 의료인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병원이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기에 저희가 항상 양보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어느 정도 도가 넘어섰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신 원장은 "보안요원을 과마다 배치했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급한대로 외래에 전부 전기충격기 등을 가져놓는다고 해도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사건이 있은 후 정신과 외래 교수 등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 환자를 정상적으로 다 못봤다. 회복하는 데 꽤 걸릴 것"이라며 "고인의 희생을 계기로 다시는 사회 전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걸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임세원 교수 빈소를 찾고 있다. 2019.01.02. dadazon@newsis.com
이동우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응급의료상황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방지하는 법은 국회에서 통과가 됐지만 진료 상황 등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법안은 계류돼있다"며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힘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자칫 정신과환자가 위험하다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 정신과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보통사람과 같은데 단지 급성기 환자 또는 재발 환자들이 위험한 상황이다. 이 때 환자를 어떻게 적절히 빨리 조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 격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각종 의료기관에서 진료 과정 때 일어난 사건을 정리해 보면 여러 유형이 나올테고 정신과에만 한정된 건 아닐 것"이라며 "유형별로 각 진료과목 특성별로 예방책이 모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은) 인류의 문제, 나아가서는 국민과 환자들 생명과 건강을 기본적으로 지키고 보호하는 문제"라며 "이런 사태가 현장에서 발생했을 때 의료진과 대기하는 환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장치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상임이사회에서 장례식 이후 전국 13만 의사가 어떻게 추모의 뜻을 표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애도 기간인 장례식이 끝난 후 해외 사례를 조사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주부터 집중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의 빈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차려졌다. 임 교수의 장례는 병원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4일 오전 7시30분이다.

정신건강의학과 분야 전문가인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께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상담 중이던 환자 박모(30)씨로부터 가슴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찔려 오후 7시30분께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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