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주둔 미군 '전면철수'…IS·이란·러시아 勝, 쿠르드 敗

기사등록 2018/12/20 10:26:24

전문가들, 미군 철수로 IS 테러 확대될 것

【호베이트=AP/뉴시스】 시리아 민간방위 조직 화이트헬멧 제공 사진으로, 10일 반군이 집결해 있는 이들립시 인근 마을에 시리아 정부군이 공습을 가해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2018. 9. 11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오전(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했다"며 "내 임기 동안 그곳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유일한 이유(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했기 때문에 미군을 주둔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이 시리아를 넘어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의 결정이 시리아, 중동 지역, 그리고 국제 관계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둔군 철수에 따른 승자와 패자를 예측했다.

WP는IS,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이란, 러시아는 승자, 패자로는 쿠르드족과 이스라엘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IS 격퇴' 발언과는 반대로 미군 철수로 큰 이익을 보는 집단 중 하나는 오히려 IS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최근 추정에 따르면 IS 무장 세력의 규모는 약 1만5000여명. 이들의 시리아 내에서 더욱 튼튼한 발판을 마련하고 폭력적인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시리아 자치정부의 이람 아흐메드는 "미군이 떠나고 시리아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이는 재앙이 될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군의 철수는 결국 IS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주변국을 테러의 위험에 떨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이는 알아사드 대통령이다. 서방국들의 제재 강화로 경제적, 정치적 고립이 심화되며 숨통이 막혔던 알아사드 정권에 손을 내민 것은 러시아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며 2015년부터 군사적으로 개입을 시작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이들에 힘입어 반군지역을 공격하는 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미군이 지역에서 물러날 경우 큰 이변이 없다면 시리아에서 변함없이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병력에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러시아와 이란 등 주요 동맹국이 탄력을 받을 경우 알아사드 대통령의 통제권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리아의 동맹국인 이란과 러시아에게도 호재다.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란과 러시아 동맹은 시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외국군으로 등극한다. 시리아에 대한 통행권이 확보될 경우 중동 지역의 다른 동맹국에 군대와 무기를 더욱 편하게 수송할 수도 있게 된다.

【코냐=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코냐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공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지난 14일 전화통화를 한 바 있다. 2018.12.17.

쿠르드족에는 위기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12일에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쿠르드족 시리아 반군 조직에 대한 새로운 군사 작전을 "수 일 내에"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쪽 국경을 넘어 시리아 영토로 들어가 쿠르드 반군을 이전의 시리아 동부 근거지로 몰아내겠다는 뜻이다.

시리아 주둔 미군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쿠르드족을 보호하는 일이었다. 미군이 철수할 경우 쿠르드 자치정부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스라엘도 동맹국인 미국의 공백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시리아가 아니라, 이란의 세력 약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스라엘의 강력한 동맹국을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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