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중소기업, 육아휴직은 '꿈'…대기업과 격차 그대로

기사등록 2018/12/13 12:00:00

지난해 육아휴직급여 받은 여성, 41%는 500인 이상 기업 근무

5~9인 사업장 중 육아휴직 도입한 곳 34%…"이행률은 더 낮을듯"

남성 육아휴직, 13.4% 수준…10년 전보단 10배로 늘었다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기업 규모에 따라 육아휴직제도의 실제 활용에 큰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을 살펴보면 영세한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제도 활용은 거의 '꿈 같은 얘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특히 5~9인이 일하는 작은 회사에선 제도 도입률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33.8% 정도에 불과했다. 명목상 도입만 해뒀지 실제 활용은 없는 회사들도 다 포함한 수치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제 이행률은 이보다 더 격차가 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여성 임금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이같은 영세 회사에 고용돼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여성 임금근로자의 40%가 1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한다.

반면 300인 이상 회사 중에서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곳은 93%에 이르렀다. 또 지난해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여성 수급자의 40.9%는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에서 근무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권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평등이 육아휴직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가'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육아휴직 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가'도 그만큼 중요하다. 육아휴직을 썼다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기도 하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쓴 뒤 직장으로 복귀하는 비율도 대기업·중소기업간 격차가 컸다.

여성가족부의 '기업 및 공공기관의 가족친화 수준 조사' 자료를 보면 1~99인 근무 회사에선 여성 육아휴직자 중 36.3%가 복귀를 안했다. 하지만 300~999인 근무 회사에선 이 비율이 9.6%밖에 되지 않았다. 또 1000명 이상 대기업으로 가면 2.7%까지 낮아졌다.

한편 복직 이후 1년 이상 자리를 지킨 고용유지율은 2012년 71.2%에서 2015년 75.5%로 4.3%포인트 가량 소폭 올랐다. 다만 이 역시 임금 수준별로 격차를 나타냈다.

휴직자의 임금수준별로 125만원 미만 저임금 근로자의 1년 고용유지율은 32%인데 반해, 400만원 이상의 상대적 고소득자의 경우 약 59%로 나타났다. 

권 교수는 "육아휴직 이후 고용유지율을 높이는 문제, 특히 저소득근로자의 고용유지율 제고는 중요한 정책 과제로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의 육아휴직 비중은 증가세지만 여전히 미미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13.4% 수준이었다. 물론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은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늘어오긴 했다. 2008년 1.2%였던 데 비하면 10배 가량 많아졌다.

 그밖에도 우리나라의 자녀 한 명당 출산·육아휴직에 드는 급여 등의 공공지출액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소요된 이 공공지출액은 1723달러였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은 1만2316달러다. 우리는 칠레보다도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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