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정책·공교육 불신 심화…본질은 '대학서열'

기사등록 2018/11/25 06:00:00

'공정성' 화두에 정시 확대 목소리 높아져…전문가들 ”시대 흐름에 역행'

"본질은 대학서열화·취업경쟁 심화…경쟁사회 탈피해야 해소 가능" 지적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의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8.03. bjko@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대학입시 관련 논란이 여느 때보다 극심하다. 지난해 예정됐던 202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1년 연기돼 올해 상반기 공론화 과정까지 거쳤으며, 2022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이 30%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대입제도가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로 대학입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2019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역시 변별력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면서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2와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A(49)씨는 25일 "가뜩이나 학생부는 교사의 주관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숙명여고 사태까지 얽히면서 믿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국가가 주도하는 수능시험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수시나 정시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렇듯 현재 대입 불공정 논란은 공교육 위기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6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에서 촉발된 특기자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 숙명여고 사태 이후에는 내신을 위주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은 물론 공교육에 대한 불신까지 이어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숙명여고 사태는 특히 수시 축소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학부모 위주로 꾸려진 교육시민단체 중심으로 정시 확대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수능시험이 가장 공정한 대입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했다.

1994년 도입된 수능만으로 대학에 입학한 시기가 있었지만,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이 다양함에도 획일적인 평가를 통해 줄세워 학생을 뽑는다는 비판이 높아졌다. 학생의 창의성 및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발굴, 선발하기 위한 취지에서 2002년 수시모집이 도입됐고 올해 76%까지 확대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오히려 대입 논란의 본질은 수시와 정시 비율, 수능 난이도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인지도 높은 대학을 졸업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공고한 데다 취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내신·대입 비리가 발생하고, 공정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김성천 교수는 학력과 학벌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는 대학입시가 제로섬(zerosum) 게임이기 때문에, 입시에 골몰하는 기존 관점에서는 소모적 논의가 계속 될 것"이라고 봤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과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입시제도혁신분과장을 지낸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역시 대학입시에서 수시와 정시 비율을 두고 싸우는 데 대해 “매우 소모적이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국민 분열과 싸움을 종용하는 꼴”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지난 8월 대입제도개편 이후 대학입시 제도의 개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진로교육과 시민교육, 고졸취업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에 따라 대학에 가지 않아도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회, 학부모가 원하는 진로보다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택할 수 있는 주체로 키워내겠다는 메시지가 정책 전반에 녹아있는 것이다.

김성천 교수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명문대학이 아니라 강소대학에 진학해 공부한다면 다양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회적 모델을 보여주는 데 전 사회가 힘을 쏟아야 한다"며 "미래는 다양성에 대한 담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수능 공정성 담론에만 매몰돼 있다면 미래교육은 5지 선다에 멈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입시는 결국 공교육 과정 및 수업과 연계된 평가의 한 축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쏠리는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지난 9월 한 매체 인터뷰에서 “선호도가 높은 대학은 극소수이다. 입학정원이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꾸든 거기에 불만족한 사람들, 학생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고등교육 서열화의 해소, 소위 경쟁력 있는 좋은 대학을 많이 만드는 정책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dyhlee@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