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천, 평상시 안 다니는 길로 청와대 방문해"
'계엄령 검토 은폐' 기무사 장교 3명 재판 넘겨
'위장 TF' 만들고 문건 키리졸브 훈련용처럼 꾸며
"조현천 미국행 이후 행방 묘연해 기소중지 처분"
"공모 의혹 박근혜·황교안 등 8명은 참고인 중지"
국군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군·검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은 7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단은 이날 오전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함께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장부장관 등 8명에게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합수단은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태스크포스(TF) 관련 공문을 작성한 기무사 장교 3명(전 기무사령부 3처장·계엄 TF 팀원 2명)은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계엄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TF를 만들어 허위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계엄령 문건이 마치 한미 연합 키리졸브(KR) 연습기간에 훈련용으로 생산된 것처럼 허위로 '훈련비밀 등재' 공문을 기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조 전 기무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중순께 미국으로 떠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이에 합수단은 지난달 16일 인터폴에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수배를 요청했다. 참고인 중지 처분이 내린 8명도 이에 따른 것이다.
기소중지는 검찰이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경우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처분이다. 넓게는 불기소처분에 속하지만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
합수단은 박 전 대통령이나 황 전 총리 등에 대한 조사는 조 전 기무사령관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져야 이들에 대한 조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기무사령관의 기소중지 처분으로 합수단의 수사는 중단됐으나 조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에서 돌아오거나 체포 등이 이뤄질 경우 수사는 재개된다.
노만석 군검 합동수사단 단장은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일뿐 조 전 기무사령관은 내란음모죄가 맞다”면서 “객관적으로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 단장은 또 "조 전 기무사령관의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까지 행적을 다 살펴봤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인 2016년 12월 5일 특이한 루트를 통해 청와대에 들어간 것까지 확인됐다. 누구를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당사자밖에 모른다"라고 밝혔다.
조 전 사령관은 문건 작성 시점인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청와대에 4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이한 루트'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평소 잘 다니지 않는 길로 청와대를 갔다. 그 날은 좀 특이했더라. 평상시에는 안보실장 만나고 그러는데 당시에는 좀 기다려보라고 하고 다른 곳을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강제송환 절차에는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발부 받아야 한다. 영장 청구를 위해서는 범죄를 입증해야 할 소명작업이 필요했다"면서 "범죄를 입증할 소명 작업과 설득 작업 두 개가 동시에 진행됐다"고 밝혔다.
노 단장은 조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합수단의 수사 계획을 취재진이 묻자 "일단 합수단 자체는 본부에서 떠날 것이지만 내일이라도 조 전 기무사령관이 입국한다면 참여 검사들이 모여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합수단은 사법권한이 미국에서는 효력을 발효할 수 없어 직접 가서 수사를 진행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국기무사 계엄 문건 작성 의혹 수사는 지난 7월 6일 군인권센터 등에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을 공개하고, 조 전 기무사령관을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합수단은 3개월 동안 김 전 실장, 한 전 장관 등 사건 관련자만 204명을 조사하고 국방부, 육군본부 등 90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럼에도 조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일각에선 비판적인 시선도 보내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조 전 사령관이 2016년부터 청와대와 계엄 문건 속 일부 군부대를 직접 방문해 병력준비를 준비라하는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해당 군부대 내 지휘자들을 모두 조사했으나 그같은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je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