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료인·변호사·회계사 등 1015명 대상 설문조사
성희롱·음담패설 50% 이상 경험…신체접촉도 상당수
응답자 27%는 "당황해서 제대로 대처 못했다" 답변
적극적으로 '불쾌하다' 표시한 응답자는 8.3% 그쳐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5일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전문직 여성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마련' 심포지엄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여변 산하 TF팀이 지난 4월25일부터 지난 9월17일까지 교수, 의료인, 언론인, 변호사, 회계사 등 5개 직종 전문직 여성 1015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물이다.
여변이 제시한 '성희롱·성폭력 행위 유형' 가운데 응답자 절반 이상인 541명은 상대방이 외모, 옷차림, 몸매 등을 성적으로 희롱, 비하, 평가하는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또 ▲상대방이 성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음담패설을 하는 행위(540명) ▲상대방이 고의로 신체 부위를 건드리거나 일부러 몸을 밀착시키는 등의 행위를 했거나 시도한 경우(497명) ▲상대방이 이성 옆에 앉기 강요, 러브샷 강요 등 이성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행위(482명)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상대방이 음란물(글, 사진, 동영상 일체) 등을 업무공간에 전시하거나 PC, 핸드폰, 일반 전화 등을 통해 원치 않는 성적 메시지 혹은 음란물을 전송하는 행위(186명) ▲상대방이 성기를 노출하거나 스스로 만지는 행위(103명) 등을 경험한 응답자도 100명이 넘었다.
특히 문제가 발생한 장소로는 회식장소(45.99%)가 지목됐다. 이외에도 ▲직장 내(26.24%) ▲야유회, 워크숍 등 직장행사(10.10%) ▲출장, 외부미팅 등 직장 외부(9.98%) ▲관사 등 숙소(1.50%) ▲기타(6.15%)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하고 나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응답자가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모르는 척하거나 슬쩍 자리를 피했다'는 응답자가 270명(28.96%)으로 가장 많았고, '농담으로 웃어넘기거나 분위기에 동조하는 척했다'는 응답자가 206명(22.10%), '별다른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180명(19.31%), 간접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시를 했다는 응답자가 179명(19.20%), 기타 응답자가 20명(2.14%)으로 조사됐다. 적극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시를 한 응답자는 77명(8.26%)에 그쳤다.
이들은 당황해서 순간 어떻게 할지 몰라서(27.12%)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분위기를 깰까봐(19.19%), 나에게 업무상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17.46%), 상대방과 관계가 서먹해질 것 같아서(16.30%),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11.25%) 등 이유를 들었다.
여변은 "직장내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면담 대상자 대부분은 자신이소 속된 조직이나 단체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거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여변은 또 ▲법률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나 민간사업장의 경우에도 '고충상담원' 등의 보직을 두게 하고 ▲성희롱·성폭력 사안의 처리 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도록 강제하거나 ▲제도적으로 동일 직종 종사자들이 속한 협회 등의 단체에 신고센터 등을 두고 자율적으로 징계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근절·예방 방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면담 대상자 중 일부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처벌도 중요하나, 피해의 보호나 심리치료 등의 사후 조치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징벌적 배상 도입 및 무관용 징계 처리, 수사기관의 전문성 확보 등도 대안으로 언급됐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최혜령 국가인권회 성차별시정팀장은 "동일 직종 종사자들이 속한 협회 등의 단체에 신고센터를 둬서 자율적으로 징계나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효과적인 피해자 구제책이자 예방 효과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는 전국여교수협회, 한국여자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대한여성변리사회, 대한여성건축사회, 전국여성법무사회, 한국여성항공협회, 한국비서협회 등이 협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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