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형사 처벌 대상 아냐"
홍씨 "그동안 상처받은 분들의 마음 치유 되길"
"이제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게 돼 기쁘다"
"정부·국회, 징벌 성격 없는 대체복무제 도입해야
"비난 감수하며 여기까지…끝까지 이 길 걸을 것"
참여연대 소속으로 시민활동을 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홍정훈(28)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지난 6월28일에는 현장에서 눈물을 흘렸던 그였다.
홍씨는 1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기쁨보다도 한국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더이상 그늘에만 숨어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담담히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승헌(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는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첫 판단이다.
홍씨는 "아직 내 재판은 남아있다"면서도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무죄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헌재에 이어 대법원 또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것을 두고 "당연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향후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들에도 같은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은 227건이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홍씨는 "대체복무제 설계에 관한 좀 더 많은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가 하루빨리 대체복무제를 입법하는 것과 동시에 징벌적 대체복무제가 아닌 제대로 된 대체복무제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평화를 위해 그들을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해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홍씨는 "대체복무제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다"며 "수긍할 수 있는 형태의 제도라면 언제든지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여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이미 군복무를 한 20~30대 남성들의 반발이 심하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 위에 있는 것이냐"는 비판부터 "양심이라는 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또 양심에 따라 군 복무 여부를 판단한다면 누가 군대를 가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홍씨는 "그런 비난들을 감수하면서 여기까지 왔고 여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끝까지 이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