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대상 아냐"
인권단체, 일제히 환영…"대체복무제 중요"
수감 생활 박상욱씨 "오늘은 새로운 시작"
"이제 인권 규범 맞는 대체복무 도입해야"
"국방부 징벌적 대체복무제는 안 된다"
다만 향후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등 5개 단체는 이날 오후 12시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지난해 7월 수감돼 올해 9월 출소한 박상욱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늘 판결을 지켜보고 이 자리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며 "이제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오늘 무죄 판결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원심파기 판결 또한 14년 전에 비하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4년 동안 막연하게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거리에 나와 운동하고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피땀 흘린 연대의 시간을 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새로운 시작"이라며 "국방부는 여전히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징벌적 대체복무를 고수하고 있다. 사상검증 방식으로 양심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승헌(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을 인정하지 않았던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14년 만에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법무법인 지향 김수정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오늘 판결에서 공동체와 다를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 문장 하나로 감격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환영했다.
김 변호사는 "무죄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오늘 판결은 헌법재판소 판결과 부합하는 무죄 취지라고 본다"며 "하급심, 고등법원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법원에 계류 중인 모든 사건에 대해 무용한 재판 절차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공소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고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법의 미비함으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도 정부는 사면 조치를 취하고 잔여 형기는 대체복무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지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복무제 도입"이라며 "도입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제적, 인권적 기준에 맞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국방부·법무부·병무청 합동 실무추진단은 대체복무를 소방기관이나 교정시설에서 합숙근무 형태로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복무 분야와 근무 형태에 대해서는 정부안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육군 병사 복무기간 기준 1.5배안(27개월)과 2배안(36개월)을 놓고 복무 기간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금 국방부가 마련하고 있다는 안은 모든 면에서 국제적, 인권적 기준에 전혀 맞지 않아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교정시설에 36개월 가둬 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형평성과 (현역병의) 박탈감 문제를 언제까지 소수자를 차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할 지 국가에 묻고 싶다"며 "징벌적 제도를 도입해 겨우 쟁취한 역사적인 인권의 승리를 다시 과거로 되돌리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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