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가 없는 나라
이정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가 썼다. 화교의 경제·생활·사회·정치 등을 다뤘다. 멀게는 정유재란부터, 본격적으로는 임오군란부터 한반도에 정착한 화교는 1944년 7만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2만명 정도 남았다. 137년 동안 우리와 살면서 근현대 격동기를 함께 겪었다. 대다수가 산동성 출신인 그들은 당시 농부의 임금이 2.8배나 되었던 조선으로 살기 위해 건너왔다. 삶에 억척스럽고 재주가 좋은 이들은 중화요리점과 이발소·양복점의 삼도업(三刀業)을 비롯한 주단포목점, 주물공장과 양말제조, 채소 재배에 능력을 발휘하며 근대 초기 조선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건축 기능공도 뛰어나서 서울의 명동성당과 약현성당 등의 건축물에도 숙련된 그들의 공이 컸다. 이 교수는 한반도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았던 화교들의 생활상을 촘촘히 다뤘다. 화교사회가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돼 그들의 경제활동을 지탱하고 있는지, 화교 타지에서 개인을 마음과 문화로 이어주는 종교생활도 함께 분석했다. 240쪽, 1만5000원, 동아시아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면화'라는 작물이 어떻게 제국의 상품으로 변모, 자본주의의 기원을 이루며 성장을 뒷받침했는지 추적했다.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자본주의의 정치·경제·사회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스벤 베커트가 썼다. 면화는 유럽의 상인과 정치인들이 제국의 확장과 노예노동, 새로운 기계와 임금노동자를 결합시켜 글로벌 자본주의를 탄생시키고 재편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이 새로운 방식의 핵심에 노예제와 원주민 약탈, 제국의 팽창, 무력을 동원한 교역이라는 '전쟁자본주의'가 있었다. 18세기 공장이 아니라 16세기 들판에서 태어나, 기계가 아니라 토지와 노동의 폭력적인 약탈에 의지했던 전쟁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는 강력한 토대였다. 베커트는 한때 유럽이 지배했던 면화 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전 지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형성과 재편 과정을 살피며,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자본주의가 출현했다는 통념을 깨뜨린다. 김지혜 옮김, 847쪽, 4만2000원,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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