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행복지수 6.3점…노인 가장 '불행'·20대는 '미래 불안'

기사등록 2018/10/17 11:02:58

보건사회연구원, 전국 20대이상 1000명 조사

행복지수 가장 높은 연령층은 30대로 나와

1인가구, 다른 가구보다 행복↓…"관계성중요"

저소득층 행복빈곤 위험도 평균의 2.9~4.6배

【서울=뉴시스】한국인의 행복지수.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60대 이상 노인이 가장 불행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래에 대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2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행복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삶의 가치와 목표 등 7개 영역 36개 하위지표별 만족도를 물은 결과, 행복지수 평균 점수는 6.329점이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건 30대로 6.56점이었다. 행복지수 산출 과정에서 측정한 주관적 행복도(6.96점), 삶의 만족도(6.72점), 미래 안정성(5.96점) 등 행복 관련 수치 모두에서 1위였다.

 반면 행복지수가 6.05점으로 가장 낮게 나온 60대 이상 응답자들은 주관적 행복(6.11점)과 삶의 만족(6.02점) 분야에서 점수가 가장 낮았다.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복 관련 지표가 어릴 때 높았다가 40대에 가장 낮아진 뒤 나이가 들수록 다시 높아지는 U자형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우리나라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4배인 노인자살률과 압도적인 1위인 노인빈곤율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30대 다음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20대는 유독 미래 안정성 점수에서 5.44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연구진은 "최근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주거 빈곤 등 불안정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가구 규모별로 보면 1인 가구의 행복도가 2인 이상 가구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1인 가구 행복지수는 5.84점으로 2인 가구(6.27점)보다 0.43점, 5인 이상 가구(6.48점)보다 0.64점이나 낮았다. 사회적 자본이나 관계적 측면이 행복 수준에서중요한 요인이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소득 등 사회경제적 지수가 낮을수록 행복도 점수는 평균을 밑돌았다.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평가한 사람들은 4.84점을 기록한 행복지수를 비롯해 평균 행복도 점수가 모두 4점대로 집계됐다. 특히 미래 안정성 부문에선 4.09점까지 떨어졌다.

 실제 소득 구간별 행복도 점수를 보면 편차가 눈에 띄었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인 사람은 행복지수(4.98점)와 주관적 행복도(5.54점), 삶의 만족도(4.58점), 미래 안정성(4.15점)이 4~5점대를 오갔다. 100만~199만원 소득자들도 점수가 5점대에 머물렀다.

 미래 안정성을 뺀 모든 점수가 7점대를 기록한 1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물론, 6점대가 대부분인 다른 소득구간보다 낮은 수치다.

 연구진은 "절대적 결핍과 박탈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 미래 안정성이 중산층 이상 사람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저소득층은 주관적 행복도보다 삶의 만족도가 두드러지게 낮았는데 이는 삶의 만족도가 생활상 결핍과 좀더 직접적으로 연결됐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했다.

 실업자들도 행복지수 5.39점, 주관적 행복도 5.31점, 삶의 만족도 5.12점, 미래 안정성 4.46점 등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행복빈곤'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에 해당하는 소득을 빈곤선으로 정해 산출하는 상대적 빈곤율과 유사한 개념으로, 행복지수가 중위 행복도(6.46점)의 50%, 60%, 75% 수준을 밑도는 이들을 추린 것이다.

 그 결과 전체 행복빈곤율은 3.7~16.5%을 차지했다. 자신을 저소득층이라 평가한 사람 가운데 행복빈곤율은 17.1~47.9%로 추산됐다. 주관적 저소득층이 전체 평균보다 행복빈곤에 빠질 위험이 2.9~4.6배 높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경제적 빈곤이 행복의 빈곤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행복빈곤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인자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령과 사회경제적 수준 이외 부문에서 행복지수는 여자(6.39점)가 남자(6.27점)보다, 종교가 있는 사람(6.49점)이 없는 사람(6.20점)보다, 대졸 이상(6.57점)이 중졸 이하(5.63점)보다 각각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는 ±3.10%p였다.

 lim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