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관계자들 협력 아이디어 제시…체육 이벤트 참여 요청도
종교인 모임도 이어져…南, 3·1운동 100주년 기념 제의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이날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10·4선언 11주년 기념 평양 민족통일대회 참석차 방북한 남측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림룡철 민화협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과거 방식의 협력 사업, 일방적으로 북에 무슨 인도적 지원을 한다면서 하는 협력 방식은 좀 아니라고 본다"며 "서로 상생하는,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협력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림 부위원장은 이어 "그렇다고 인도적 지원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이제 우리 민화협은 새로운 방식으로 하자"며 "북의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형식은 우리 인민도 바라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림 부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도 자존심이 있고, 그런 단계는 지나갔다"며 "상생하는 방향에서 서로 돕고, 서로 이득이 되는 그런 방향에서 협력사업을 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면담에 북측에서는 림 부위원장을 비롯한 민화협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남측에서는 오거돈 부산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이화영 경기부지사, 이병훈 광주부시장, 이재관 대전부시장, 이장섭 충북부지사, 박성호 경남부지사를 비롯해 노무현재단, 봉하재단, 남측 민화협,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면담은 남북이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논의한다기보다, 남측 지자체가 관계자들이 구상하고 있는 협력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개최가 예정된 문화·체육 이벤트에 참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남측 지자체 관계자들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없지 않았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남북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장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10·4선언에서 합의했던 내용,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천명했던 부분이 인천과 연계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광주부시장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이달로 계획하고 있는 북측 예술단의 '가을이 왔다' 공연을 언급하며 "서울 공연은 결정이 됐고, 지방은 같이 협력하자"고 제의했다. 또 "내년에 수영 선수권대회가 있다"며 "북측 선수단, 응원단, 공연단 등 남측 개최 국제대회가 광주에 있는데 많이 와 달라"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002년 아시안게임 때 2003년도에 5개 분야 상생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바 있다"며 "그 출발점에서 한 번 더 그 부분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측 5개 항만도시와 함께 한반도 항만도시 협의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제안한다"며 "수산 분야 관련해서 남북 공동으로 활성화를 위한 북측 해역에 대한 공동어로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관 대전부시장은 "(평양)과학기술전당을 어제 둘러보면서 과학기술에 상당히 역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전이 그런 도시"라며 "(대전에) 카이스트가 있으니 김책(공업대학)과의 교류라든지 그런 부분들의 논의를 진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화영 경기부지사는 "상생할 수 있는 그런 것. 임업이라든지, 양묘라든지, 의료보험이라든지"라고 말하며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후 면담은 비공개로 전환, 총 40분가량 진행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면담 종료 후 결과를 묻는 취재진에게 "한 번에 배부를 수 없다. 제안만 했다"며 "(답을) 기다려 봐야지"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같은 시각 남북 종교인 모임도 고려호텔에서 진행됐다. 북측 강지영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화해와 일치, 평화를 누구보다도 갈망하는 우리 종교인들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을 이행해 민족적 화해단합과 조선반도의 평화번영 자주통일을 이룩하는데 정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종교인 모임에 참석한 남측 종교단체 관계자는 회의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남측이) 첫 번째로 내년 3·1운동 100주년 사업을 같이 기념하기 위해서 합의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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