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신임 부총리 임명…文정부 교육개혁 완수 가능한가

기사등록 2018/10/02 16:28:45

국정경색·총선 1년 앞 이해관계 첨예해 우려 적지 않아

교육정책 기조 유지·'정치인 출신' 정무 감각에 기대도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2018.09.19.  jc4321@newsis.com
【서울·세종=뉴시스】 이연희 구무서 기자 = 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가운데, 그가 산적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고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 신임 부총리는 이날 오후 5시 40분 세종시 교육부 청사에서 정식 취임식을 가진 뒤 3일 오전 현충원 참배 후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당장은 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부문 대정부 질문에 출석할 예정이다.

 ◇ 이해관계 첨예한 유치원 영어 허용…정치인 장관 해법은?

 가장 논란이 되는 정책 현안은 어린이집·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조치다. 올해 1월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정규 수업과 방과후학교에서 영어 수업이 일괄 금지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유치원도 방과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영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자 1년간 유예한 뒤 정책숙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조치를 철회할 경우 초등 1~2학년에 대한 금지 조치도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금지 방침을 유지한다면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제한하고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19일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정책숙려제 실무를 전담할 위탁기관을 선정하는 중이며, 선정 후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 자사고·특목고 폐지 여부도 문제

 자사고·특목고(과학고, 외고) 폐지 문제도 뇌관이다. 교육부는 자사고·특목고 폐지 수순을 밟기 위해 올해부터 자사고·특목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불합격 후에는 일반고에 진학할 때 불이익을 받도록 동시지원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자사고는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과 함께 해당 법 시행령에 대한 효력을 정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의 단계별 폐지 방침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유 부총리의 소신이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자사고와 특목고(외고)가 증가하면서, 고교서열화를 조장했고 일반고가 무너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 뒤 자사고·특목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론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2020년 총선거가 1년여 남은 만큼 2022 대입개편 때와 같이 국민적 논란이 될 만한 개혁과제를 미루거나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는 "대통령 교육 공약들이 다 좌초됐고, 미래지향적 교육으로 나아가기엔 선장 잃은 배가 됐다"면서 "입시경쟁으로 인한 아이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임 부총리가 국가교육 미래 키를 쥐고, 중심 잡으면서 교육정책을 총괄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고교무상교육·고교학점제·공영형 사립대 '산 넘어 산'

 유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고교무상교육을 1년 당겨 내년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이 적극 나서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재원을 확보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 결국 국회에서의 법 통과가 우선이기 때문에 야당이 유 부총리 임명에 반발, 국회가 경색될 경우 난관이 예상된다.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정책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내년도 812억원 상당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탈락했다. 유 부총리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교학점제는 당장 2022년 부분 도입, 2025년 전면도입한다는 계획이 나온 상태다. 그러나 전면도입 시기가 사실상 다음 정부로 공을 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청문회 답변을 통해 시행 연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단계적 추진일정에 따라 현행 교육과정에 혼란 없이 안착되도록 2021년까지 고교학점제 도입 기반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며 "이를 위해 내년도 진로선택 과목에 대한 성취평가제를 우선 적용하고, 교사 인력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사실상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로 연기된 고교학점제를 임기 내 전면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국가교육위 설치, 초·중등교육 권한 지방 이양…교육부 역할 축소는?

 교육정책 거버넌스 개혁은 유은혜 부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중 꼭 해내고 싶다"고 강조한 과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해 중장기적 교육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다. 현재 국가교육회의에서 정책연구를 거쳐 교육부와의 역할 정립을 포함한 위원회 설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가교육위가 대통령 권한을 벗어난 독립기구로 설치되려면 개헌과 맞물리게 된다. 결국 정치 흐름과 면밀히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 대통령 직속기구로 위치가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

 유·초·중등교육 권한을 지역에 이양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최근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교육정책 권한을 교육청에 이양하는 내용의 논의를 진행하던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법안을 서두르고, 교육부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 부총리가 해결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유 부총리는 인수위원회 성격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으로서 지방에 단계적 권한 이양을 주장했던 당사자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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