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억원 아파트 나왔다는데…"집 사야하나"

기사등록 2018/09/08 02:51:59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그래서 지금이라도 강남에 집을 사야하는 건가요."

 최근 정부의 역대 최고 수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에서 평당(3.3㎡당) 1억원에 아파트가 거래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직 강남도 집값 상승의 여력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 1년간 재건축 규제, 투기지구 지정,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인상, 세무조사 등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했지만 여전히 집값 잡기에는 실패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추석 전에 공급 대책과 추가 규제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저금리로 인해 시장에 유동자금이 1117조원이나 풀려 있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역설적으로 안전자산이라고 느껴지는 서울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며 집값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 주택형(구 24평형)이 24억5000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이 일대 중개업소 등에 퍼졌다.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원이 넘는다.

 국토교통부가 즉각 해당 아파트의 실거래 내역 조사에 나섰지만 실제 이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중개업소를 찾지 못했다. 실거래가 신고기한 역시 60일이다보니 정부로서는 거래 신고가 올라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거래가 성사됐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거래가 됐더라도 계약을 파기하거나 실거래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진실은 영원히 알 수 없다. 문제는 그 사이에 강남 집값 평당 1억원 거래 소식이 언론에 퍼지면서 주변 집값까지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거래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규제로 강남 집값 상승이 주춤하고 있고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발언으로 강북의 집값이 오르자 이를 틈타 작전 세력이 루머를 퍼뜨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18년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공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8월 한 달간 0.02% 상승하며 4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서울의 8월 아파트 평균 주택가격도 7억238만원으로, 전월 6억9593만원 대비 0.92% 상승했다.

 강남의 경우는 딱히 집값 상승의 호재가 없었지만 용산, 영등포, 마포 등의 집값이 상승하자 덩달아 집값이 뛰었다. 특히 요즘 같이 매물이 적고 집값이 오르는 매도자 우위의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중개업자들이 제시하는 호가가 시세가 될 수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수요를 심하게 억제하는 정책을 써서 시장이 왜곡돼 더 이상 집값이 어떻게 튈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거래량이 없는 상태에서 가격이 오른 것 가지고 집값을 올랐다고 말하는 것 자체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집값이 갑자기 가파르게 오르자 매수자들 입장에서는 집값이 더 오르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집 구매를 서두르게 된다. 매도자와 중개업자가 말하는 호가를 그대로 믿고 실거래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비싼 가격에 집을 사게 되는 것이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처럼 집값 상승 국면이 이어지고,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들과 매도자가 집값을 의도적으로 올리게 된다면 한동안 서울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으로 고강도 대책을 내놓더라도 한동안 집값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수요 억제책을 쓴다고 하더라도 강남에 대한 대기 수요는 전국적으로 넘쳐나고 있고, 여전히 공급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유세를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 집을 보유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시장에 물건을 내놔 공급을 늘려 집값을 낮춰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장에 있는 유동자금을 묶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을 해야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집값 상승이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돼 금리 수단을 섣불리 썼다간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기간에 집값을 잡기가 힘들다면 지속적인 공급 시그널과 함께 점차적으로 강남 재건축 규제도 완화도 고려해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도 발전하고 산업도 좋아지면 유동 자금이 그리로 쏠리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화 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주 52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자영업자도 힘들어지고 물가도 올라가다보니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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